지난밤. 사내는 새벽 세 시에 눈꺼풀이 바람에 날아간 것을 알게 되었어요. 눈꺼풀도 없이 잠이 들 수 없어서 아니 눈을 감을 수 없으니 어둠도 취약해졌습니다. 눈꺼풀도 없이 안경을 쓰고 혹시 마주치는 사람이 있을까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고개를 숙여 밖으로 나갔습니다.
눈썹이 없는 사람과 눈꺼풀이 없는 사람의 공포스러움은 전혀 다른 문제란 걸 화장실 거울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니 집안에서 찾아야 할 것을 무작정 밖으로 나간 일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간혹 그런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이렇게 많은 나뭇잎은 언제 떨어진 건가 하구요 새벽 세 시에 다 떨어지고 있더라고요
손 부채질만 해도 눈처럼 낙엽이라고 불릴 수 있는 그 순간을 맛보고 있더라고요. 잎이 떨어지며 나는 소리, 그 소리를 만들며 보도블록이 조금 깨지는 소리, 이미 떨어진 낙엽이 서로를 몰고 다니며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가를 배회하는 소리, 먼저 바싹 마른 근육이 바스락 거리며 깨져 감자 칩처럼 부서지는 소리가 새벽 세 시쯤 일 순간에 일어나고 있었어요.
밤이 되면 단 한순간 가장 화려하고 윤기 있는 붉은빛으로 가장 검은 그림자를 소유하게 됩니다. 여러 나뭇잎과 겹쳐 있느라 제대로 된 그림자를 지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제 한 잎 한 잎 저마다 명확한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가장 윤기 있는 낙엽 두 장을 주워 왔습니다. 그때까지 눈꺼풀을 찾지는 못했구요.
다시 침대에 누워 눈 위로 낙엽을 한 장씩 덮어두었습니다.
낙엽을 덮자 아직 물기로 차오른 나뭇잎이 어둠까지 가려주었어요. 눈동자가 잎맥을 따라 오랫동안 걸었습니다.
다시 잠든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붉은 낙엽에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어요.
눈꺼풀을 찾기 전까지 낙엽을 눈두덩이 위에 붙이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한 것 같았지만 사내가 다시 일어난 건 분실된 눈꺼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어요.
나쁘지 않다는 말은 좋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뜻일지도 모르니까.
고양이 모란을 위해 열어둔 창문을 닫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쉽게 눈꺼풀이 사라진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아침입니다.
낙엽 눈꺼풀은 바람에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속도에도 아래로 아래로만 떨어져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잎을 주워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