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회(詩食會)에 초대합니다.
비선형의 시 최재원
저녁시소
최재원
어둠 전에 저녁이 내린 놀이터에서
삐걱
삐걱
소년이었다 소녀였다 한다
쪽지 속엔 너의 빼곡한 입술 볼에 와 닿았다 떨어진다
촛불 주위엔 작은 따뜻한 물빛보라
그중에서 제일 영원한 것은 케이크겠지
그건 내 몸이었다 네 몸이었다 했겠지
촛불도 꺼지고 우리는 연기처럼 사라져
우리는 아직도 태어나는 중인데
소녀였다 소년이었다
우리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어
조금만 기다려
촛불을 끄는 것 같은 거야
우리는 조금 녹고, 조금 흘러서
여기였다
저기로 갈 거야
환한 연기를 감고 따뜻하게
소년이었다 소녀였다 둘을 다
살다 태어났다 파란 촛불을
같이 불 거야 그때는 놀라지 않고
안개였다 눈이었다
너의 입술에 가 닿았다
[출처] 나랑 하고 싶은 게 뭐에요? 믿음사 2021
시식평
내가 아는 그녀들 중 어떤 한 여자는 카페에 가서 티스푼을 훔쳐오곤 했습니다.
그녀의 그런 도벽을 안 순간, 그녀를 다신 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이유는 예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릇 가게를 돌며 티스푼을 고르고 구입하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티스푼을 선물하는 취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시는 3행으로 끝나는 시부터 원고지 50매 분량의 시까지 다양합니다. 마치 메뉴판을 읽다가 메뉴판을 사랑해 버려서 몰래 훔쳐 오고 싶게 만듭니다. 때론 모호하다는 것은 많은 길을 지녔다는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더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녀의 절취목록에서 처음으로 버려진 물건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