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회(詩食會)를 시작합니다.

소심과 침묵을 어루만지는 차유오

by 적적

순수한 기쁨


차유오


손을 씻자

비누를 따라 작아지는 사람들


물은 거품을 데리고

어디론가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떠날 때


그로부터 비롯한 더러움이

크기를 키워갈 때


자신에게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비누는 보고 싶었다


매일 바뀌는 모양을 기억할 수 없었으므로


흘러가는 대로

두게 되는 생각들


커지는 거품과 다르게


비누는 작아지는 버릇이 있었다


더는 자라지 않고

끝없이 작아지는 노인의 몸처럼


작아지기만 했다


비누는 그런 자신을 멈추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깨끗함을 갖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손을 씻었다


비누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끝에 대해 생각했다


버려지다와 사라지다 사이에서


내가 나를 기억하면

죽어서도 내가 지속될 것이라고


비누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사라지기를 택했다


출처> 순수한 기쁨 아침달, 2024.11


시식평

당신의 오래된 관습을 사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밀했던 욕망과 은밀한 농염이 손끝으로 전해져 오던 때를 말이죠. 그런 손으론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한동안 우거지 감자탕을 먹지 못했고 미역국을 또 소소한 반찬들을 먹지 못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당신이 만든 음식은 향수병에 걸린 이방인처럼 입맛이 돌아오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사라져가는 당신을 본다는 것이 크나큰 위로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길가의 음식에 적응하는 동안 수척해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입이 짧다는 건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일이었다는 건 시간이 오래 지나고 알게 되었습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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