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회(詩食會)를 시작합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계집아이처럼 백인경
파우더형 인간
백인경
인체의 70%가 수분이기에 비로소
납득되는 것들이 있어요 가령
조금만 부딪혀도 금세 곰팡이가 피고 상해버리는 마음이나
서로에게 돌을 던지고 싶어 하는 습성 같은 것들
심호흡을 할 때 목구멍 속으로
둥글게 떨리는 파문이 느껴진다면
우리에게는 후천적 진화가 필요합니다
실리카겔을 삼켜대던 어린아이처럼
절박한 갈증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점점 목소리가 축축해지는군요
뒷모습이 퉁퉁 부풀어 오르는군요
허탈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는 날이면
입술은 딱 물어뜯기 좋게 말라 있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베개가 어디 있겠어요
원래 꿈이란 그런 거랍니다
불가피한 무게로
다소간의 불쾌함이 수반되지요
어린애들이 왜 그렇게 울어대겠어요
눈물이 증발하면
뺨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바삭한 슬픔이 필요합니다
혓바늘이 무뎌질 때까지
끊임없이 서로를 핥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바스러지는 연습이
출처> 봄날의 책. 멸종이 확정된 동물 2024
시식평
성욕이 없었던 여자와 이제 성욕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남자가 마주 앉아있어요.
서로의 일인용 용기에 담긴 육수를 끓여 청경채, 숙주나물, 알배추를 넣습니다. 몇 점의 소고기를 물에 살짝 담가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마른 칼국수 면이 익을 동안 낡은 문장위에 가죽천을 덧대며 낄낄거렸습니다.
친구가 되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