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회(詩食會)를 시작합니다.

이름이 없는 동물원 육수호

by 적적


순진한 의인화

-소돔의 천사들


육호수


마지막 동물원을 상상해주겠니. 마지막 동물원의 마지막 동물들을 그려주겠니. 마지막으로 동물원을 떠난 마지막 사육사의 작별 말을 알려주겠니. 밤새 천적들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던 초식동물의 마지막 잠자리를, 마지막 손님이 되어 지켜주겠니. 물위에 둥둥 떠 생각에 잠긴 물개들에게, 두 발로 서서 비행기를 경계하는 미어캣들에게, 이곳이 마지막이라고 알려주겠니.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러나 그곳에도 마지막은 있다고, 마지막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니. (엥무새 앞에선 사람의 말을 하지 말아야 해) 우리 속에서 태어나 우리 속에서 굶어가던 맹수들에게, 네 살을 떼어주겠니. 해가 들지 않는 수족관, 매너티의 통통한 배꼽을 간질어주겠니, 알 속의 거북들이 다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겠니, 바다에 갈 수 있도록 돌고래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니, 낙타들에게 용기를, 북극곰들에겐... 북극곰들에겐... 행성을 다시 꽁꽁 얼려주겠니, 떠날 수 없게 된 동물들과 함께 늙어가주겠니. 묻어주겠니.

누구에게라도 발각되지 않도록, 마지막 동물원을 네 손으로 허물어주겠니, 떠나주겠니, 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니. 다시는 떠올리지 않고, 안부도 묻지 않고, 거짓말로만 기도해주겠니


[출처]영원금지 소년금지 천사금지 문학동네. 2023


시식평

내가 죽으면 울어줄래? 왜 그런 당부를 했었는지 물었었잖아? 그리고 얼마 전 그 그때 했던 당부가 그 대답이 아직 유효한지 물었잖아? 전달할 방법을 알 수 없는 일을, 확인할 방법을 알 수 없는 일을. 묻고 있잖아 우린.

핏물을 빼냅니다. 재료들이 시간을 다투지 않고 느리게 몸이 밖으로 배어 나옵니다. 진하게 깊어진다는 건 투명에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갈비탕을 비워내며 할 얘기는 아니었던 거란 걸 알고 있는데….

밥 뚜껑 위에 뼈 조각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허용된 것들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들로만 남습니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