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은 눈이 사람들의 속도를 늦출 때
겨울은 언제나 예고로 먼저 온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눈이 공기를 바꾸고, 사람들의 보폭을 조정한다. 하늘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다. 걷는 속도가 줄고, 손이 주머니 안에서 더 오래 머문다. 계절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시작되고 있다.
눈은 완성된 형태로 떨어지지 않는다. 교과서에 실린 육각형은 개념에 가깝고, 실제의 눈은 늘 그 설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생성되는 순간부터 균형은 흔들린다. 미세한 습도의 차이, 보이지 않는 기류, 온도의 미묘한 층위가 결정의 팔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긴다. 눈은 만들어지자마자 내부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 파열을 겪는다. 겨울은 그 파열을 전제로 성립하는 계절이다.
눈의 결정은 뼈를 닮았다. 단단함은 외형에만 있고, 구조의 핵심은 비어 있다. 그 공백 때문에 형태는 유지되지만, 충격에는 취약하다. 첫 번째 골절은 공중에서 일어난다. 서로 스치며 떨어지는 동안, 가장 얇은 축부터 접힌다. 이미 부러진 상태로 내려오는 눈은 지면에 닿기 전부터 파편이다. 두 번째 골절은 닿는 순간 발생한다. 압력, 체온, 무게. 눈은 착지라는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쌓인 눈이 만드는 침묵은 물리적이다. 소리는 흡수되고, 발걸음은 망설여진다. 미끄러움 때문이 아니라, 부러지는 소리를 예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눈이 깨질 때 나는 소리는 짧고 건조하다. 비명도 여운도 없다. 단지 결과만 남는다. 이 계절에서 파손은 사건이 아니라 조건이다.
햇빛은 눈을 치유하지 않는다.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는 동안, 눈은 결정을 포기하고 얼음이 된다. 더 단단해 보이지만 내부는 불안정하다. 표면 아래에서 금이 자라고, 그 금은 어느 순간 위로 올라온다. 미세한 균열이 축적된 뼈가 사소한 충격에 완전히 부러지듯, 겨울의 길도 그렇게 무너진다. 균열은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문에 맺힌 성에는 겨울의 내부 구조가 드러난다. 방사형으로 퍼지는 선들은 골격을 닮았고, 그 선들은 끝에 도달하지 못한 채 멈춘다. 다시 시작했다가 방향을 틀고, 중간에서 사라진다. 완성된 문장은 없다. 겨울의 언어가 늘 미완으로 남는 이유다. 구조는 제시되지만 종결은 허락되지 않는다.
나무 위에 쌓인 눈은 무게를 가진다. 가벼운 결정들이 반복적으로 내려앉아 가지를 누른다. 견디던 각도는 조금씩 변하고, 어느 순간 소리를 내며 끊어진다. 그 소리는 크지 않다. 그러나 계절의 깊이를 정확히 전달한다. 부러진 단면은 숨겨지지 않는다. 눈이 덮어도, 녹아도, 그 결은 남아 있다. 골절은 봉합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질 뿐이다.
도시의 눈은 빠르게 더러워진다. 흰색은 오래 유지되지 않고, 먼지와 섞여 회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 회색이야말로 실제의 색이다. 부러진 결정들이 눌리고 엉겨 새로운 밀도를 만든다. 단단해진 눈더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더 이상 눈이 아니라, 겨울이 남긴 잔여물이다. 치워야 할 것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것이 된다.
밤의 눈은 방향을 상실한다. 가로등 아래에서 눈송이들은 떨어지는지 떠오르는지 구분되지 않는 궤적을 그린다. 이미 골절된 결정들이 빛을 반사한다. 뼈의 단면이 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밝아지는 것처럼. 반복은 감정이 아니라 과정이다. 내려오고, 부러지고, 덮이는 일이 무심하게 이어진다.
겨울의 중반을 지나면 골절은 축적된다. 인도의 표면은 각을 잃고, 보행은 달라진다. 몸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무릎은 더 자주 굽혀지고, 시선은 발끝에 고정된다. 계절은 신체를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겨울은 사람들의 뼈에 보이지 않는 각도를 남긴다. 나중에야 통증으로 드러나는 각도다.
어떤 겨울은 특별한 사건 없이 오래 남는다. 눈은 많지 않았고, 기록적인 추위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구조들이 내부에서 부러지고 있었다. 관계의 지지대, 생각의 방향, 생활의 균형. 눈의 결정이 외형상 온전해 보여도 이미 내부에서 금이 가 있듯, 많은 일들은 드러나기 전에 골절을 겪는다. 겨울은 그 상태를 감추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유지한다.
마지막 눈이 녹은 뒤에도 골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늘에 남은 얼음, 표면 아래의 균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각도들. 계절은 이동하지만 구조는 남는다. 눈송이들의 뼈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놓여 있다. 다음 계절이 이 위를 어떻게 통과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그리고 사람들은 안다.
오지 않은 눈이 이미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을.
혹시 거긴 눈이 오나요?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