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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Sep 29. 2024

프롤로그

음미(吟味)하는 일에서...

기억은 오래된 장롱 같은 것 같아요. 아마도 나프탈렌 냄새를 참아가며 그곳에서 최초의 어둠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곳은 닫힌 문을 언제든 열고 나올 수 있는 곳이기도 했거니와 식구들도 장롱에서 나올 때까지 모른 척하며 기다려준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나는 발견되기를 갈망하며 울음소리를 높이거나 문을 손톱 끝으로 긁고 있었던 기억도 나곤 합니다. 그곳이 장롱이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곳의 문이었는지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이었어요. 그땐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았죠. 아니 나는 그랬던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 기침이 멈추지 않고 나오고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이고 엄마는 해바라기가 그려진 기침약을 꺼내 작은 숟가락에 눈금을 딱 맞춰 따르고 입안으로 시럽을 밀어 넣었죠. 그 약을 입 안에 머금었다가 숨을 한번 크게 몰아쉬고 삼켜버렸었죠.

몸서리가 쳐지도록 지독하게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달디 단 약은 너무나 싫었어요.     

다음 날 차가운 바람 속에 서서 발그레한 뺨을 하고 서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죠     

시를 쓰겠구나… 나는.     

그렇게요.     

힘들 때마다 열이 내린 아이는 발그레한 뺨을 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서 있었습니다.           

이제 서가에 꽂혀있는 시인에겐 고개 숙여 존경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단어에 입을 맞춥니다.

문장을 혀로 핥아봅니다.

문단을 떠먹습니다.     

시가 읽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시간 누구라도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듯이 식감을 나누며 품평을 하듯


음미(吟美)하기까지....     


음식을 먹으며 떠오를 시가 있기를….

시를 읽으며 음식이 떠오르기를.     


※ 변덕이 심한 관계로 목차내용이 바뀔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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