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닮은...

정확함이 감정을 말리지 않는 법은 없다

by 적적


틀리지 않는 말은 대개 단정하다. 문장 끝이 또박또박 닫히고,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다. 마치 유리창을 닦은 직후처럼 투명하다. 그 투명함 속에서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먼지도, 숨도, 체온도. 다만 지나가는 풍경만이 반사될 뿐이다. 그 말은 옳다. 너무 옳아서, 그 안에 들어갈 틈이 없다. 사람이 숨을 들이쉴 여백이 없다.


틀리지 않는 말은 흔히 충고의 얼굴을 하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사랑은 변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문장들. 검증을 통과한 듯한 어조. 그 말들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이 건네지는 순간, 공기는 약간 식는다. 컵에 따라진 물이 한동안 김을 내지 않듯, 말은 따뜻함을 잃고 표면만 남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의 눈동자에는 동의가 아니라 반사가 떠 있다.



어느 장례식장에서 들은 말이 있다. “그래도 편히 가셨잖아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고통은 길지 않았고,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족은 준비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틀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공기 중에 머무는 동안, 영정 사진 속 눈빛은 약간 흔들린 듯 보였다.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틀리지 않는 말은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은, 붙잡을 수도 없다는 뜻이다.



틀리지 않는 말은 사막과 닮았다. 넓고 건조하며, 발자국이 오래 남지 않는다. 그 위를 걷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만 본다. 말은 바람처럼 스쳐가고, 남는 것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의 평평함이다. 어떤 진실은 모래처럼 흩어지고, 어떤 감정은 모래 아래로 스며든다. 그러나 표면은 언제나 정돈되어 있다. 틀림이 없다는 것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고,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생동이 없다는 것과 닮아 있다.


연인 사이에도 틀리지 않는 말은 자주 등장한다. “너를 위해서야.” “지금은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해.” “이게 최선이야.” 문장들은 서로를 보호하는 방패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패는 결국 사이를 가린다. 말은 정확하고, 상황은 분석되어 있고, 결론은 합리적이다.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정확함 속에서 숨이 막힌다. 정확한 문장은 감정을 설명하지만, 감정의 냄새를 남기지 않는다. 방 안에는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데, 말은 이미 정리된 상태로 놓여 있다.



틀리지 않는 말은 반복된다. 반복될수록 더 안전해진다. 마치 오래된 광고 문구처럼. 모두가 알고,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문장. 그 문장들은 삶의 가장자리에서 계속 들린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뉴스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각자의 선택이다.”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그 말 안에 자신을 넣지 않는다. 대신 그 말은 표어처럼 벽에 붙는다. 벽은 단단해지고, 사람은 점점 작아진다.



틀리지 않는 말은 때로 위로의 얼굴을 한다. “괜찮아.” 그 짧은 단어는 얼마나 많은 상황을 덮어왔는가.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괜찮다고 말하는 입술. 틀리지 않기 위해 선택된 단어. 그 말은 다정하지만, 동시에 거리를 둔다.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괜찮지 않음은 설명될 기회를 잃는다. 설명되지 못한 것들은 어둠 속에서 형태를 바꾼다. 다음번에는 더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틀리지 않는 말은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은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는 말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말은 자라지 않는다. 말은 씨앗이 아니라 돌처럼 남는다. 시간이 지나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돌 주변으로 풀들이 자라고, 아이들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뀐다. 돌은 그대로 있다.


어떤 사람은 틀리지 않는 말을 잘한다. 회의 자리에서, 토론에서, 갈등의 한복판에서. 그는 정확한 단어를 고르고, 불필요한 감정을 제거한다.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반박할 수 없다. 모두가 납득한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아무도 그의 말을 다시 떠올리지 않는다. 정확했지만,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틀리지 않는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아니, 남긴다 해도 얕다. 바람이 한 번 불면 사라질 정도로.



반대로, 틀렸던 말들은 오래 남는다. 서툴고, 과장되고, 때로는 무례했던 말들. “보고 싶었어.” “가지 마.” “사실은 두려워.” 그 말들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상황을 해결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진 자리에는 작은 금이 간다. 금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비가 스며들기도 한다. 틀린 말은 관계를 흔들고, 흔들림은 기억을 만든다.



틀리지 않는 말의 지리함은 그래서 무해하다. 무해하기에 위험하다. 아무것도 깨지지 않지만, 아무것도 열리지도 않는다. 문은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채, 단지 잠겨 있다. 잠겨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되지 않는다. 말은 안전하고, 상황은 정리되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끄덕임 속에는 동의가 아니라 피로가 얇게 겹쳐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틀리지 않는 말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오해받지 않기 위해. 책임지지 않기 위해. 틀리지 않는 말은 방어막이다. 그 안에서는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 대신 누구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는다. 숨이 가빠지지 않는다. 그저 일정한 박동. 일정한 호흡. 일정한 표정.

그러나 삶은 대개 일정하지 않다. 비가 예고 없이 내리고, 관계는 계획 없이 틀어지고, 마음은 이유 없이 무너진다. 그 순간에도 틀리지 않는 말을 꺼내 들면, 상황은 설명된다. 설명되는 순간, 살아 있는 감각은 얇아진다. 설명은 끝났지만, 경험은 끝나지 않는다. 경험은 설명 밖에서 계속된다. 그 바깥에서 남는 것은 말이 아니라 흔적이다.



틀리지 않는 말은 결국 반복으로 남는다. 감정이 아니라, 습관처럼. 입술이 먼저 알고 있는 문장. 상황이 비슷하면 자동으로 꺼내지는 표현. 그 반복은 안전하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말은 점점 가벼워진다. 가벼워질수록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발끝 근처에서만 맴돈다.



틀리지 않는 말의 지리함은 소리 없는 비와 같다. 젖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옷자락은 조금씩 무거워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루가 지나가지만, 어딘가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그 균열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밤, 이유 없이 잠이 오지 않을 때, 그 말들이 떠오른다. 정확했고, 합리적이었고, 틀리지 않았던 문장들. 그 문장들이 떠오를수록, 설명되지 못한 것들이 어둠 속에서 윤곽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 틀리지 않는 말이 준비된다. 또박또박, 매끈하게.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누구도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말은 닫히고, 상황은 정리되고, 표정은 평평해진다. 그 평평함 위로 하루가 지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는 그 문장만이, 유난히 오래 남는다. 닫히지 않은 채로. 끝나지 않은 채로. 마치 아직 말해지지 않은 어떤 틀린 말을 기다리듯.



공기 속에 가만히 떠 있다.

사진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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