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밝히는 대신 먼저 닳게 만든다
빛은 언제나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대상은 이미 조금씩 변형된다. 관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대체로 늦고, 그 사이에서
사람은 설명되지 않은 채 마모된다. 설명보다 먼저 발생하는 것은 접촉이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기보다 표면을 얇게 만든다. 얇아진 표면은 빛을 더 잘 통과시키지만, 동시에 쉽게 찢어진다.
사람과사람사이는 대개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해가 아니라 소모를 향해 기울어진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 사람의 일부를 사용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용하는 동안 그것은 점점 덜 낯설어지고, 동시에 덜 중요해진다.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은 쉽게 다뤄진다. 쉽게 다뤄지는 것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 과정은 의도되지 않은 채 반복되지만, 반복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형을 포함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밝히기 위해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것이 닳는다. 닳는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익숙함은 빠른 마모를 유발한다. 익숙함 속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고, 주의가 사라진 자리는 무심함으로 채워진다. 무심함은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지속된다.
오래 지속되는 동안, 그것은 관계의 표면을 고르게 깎아낸다. 때로 관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유지된다. 겉보기에는 문제없고, 특별히 불편한 지점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야말로 가장 많은 변화가 축적되는 순간일 수 있다. 변화는 항상 사건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 속도로 진행되며, 감지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의 조건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피로는 대개 설명되지 않는다. 피로는 특정 사건에서 비롯되기보다, 설명되지 않은 작은 요소들이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작은 것들은 대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그것은 감정의 형태로 남기도 하고, 습관의 형태로 굳어지기도 한다. 습관은 쉽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더 늦게 드러낸다.
누군가를 오래 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에 대해 일정한 방식으로만 생각하게 된다는 뜻에 가깝다. 일정한 방식은 편리하지만, 편리는 종종 왜곡을 동반한다. 왜곡은 의도되지 않기 때문에 수정되기 어렵다. 수정되지 않은 왜곡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처럼 굳어진다. 굳어진 사실은 다시 관계를 규정한다. 이 순환은 깨지기보다 유지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관계는 종종 균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균형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인 조정을 필요로 한다. 조정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조정은 중단되고, 중단된 상태는 새로운 기준처럼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기준은 이전과 다르지만, 그것이 다르다는 사실은 명확히 인식되지 않는다. 인식되지 않은 차이는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대신 서서히 거리를 만든다.
사람들은 종종 상대를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 안심한다. 안심은 긴장을 완화시키지만, 동시에 주의를 낮춘다. 주의가 낮아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다. 변화는 계속 발생하지만, 그것을 감지하는 능력은 점점 둔해진다. 둔해진 감각은 관계를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지만, 그 안정성은 실제보다 더 견고하게 인식된다.
이해는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 수정되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대부분의 관계에서는 어느 순간 그것이 멈춘다. 멈춤은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정체를 의미한다. 정체된 상태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기존의 틀에 맞춰 해석된다. 해석은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지만, 일관성을 유지한다. 일관성은 신뢰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명확한 원인을 갖지 않는다.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고, 그 중 어느 것도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흐릿한 상태로 유지된다. 흐릿함은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종종 방치된다. 방치는 의도된 선택이 아니라, 선택되지 않은 결과다.
누군가를 잃는 일보다 더 흔한 것은, 완전히 잃지 않은 채 멀어지는 일이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는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 사이의 상태는 이름 붙이기 힘들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오래 지속되는 동안, 그것은 점점 더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관계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희미해진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종종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책임이 분산되면, 누구도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않는다. 인식되지 않은 책임은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형태로 잔존한다. 그것은 다시 비슷한 방식의 관계를 반복하게 만드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변화는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더 둔해지고, 덜 해지며, 특정한 감정에 대해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무감각은 고통을 줄이지만, 동시에 어떤 종류의 기쁨도 약화시킨다. 약화된 감정은 강렬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오래 유지되는 감정은 안정처럼 느껴질 수 있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태가 온다. 기대가 사라진 자리에는 불만도 줄어들지만, 동시에 어떤 종류의 긴장도 함께 사라진다. 긴장이 없는 관계는 편안해 보이지만, 그 편안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은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빛은 여전히 도달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비추는지는 점점 불확실해진다. 표면은 매끄럽게 닳아 있고, 손에 닿는 감각은 이전보다 덜 분명하다. 무엇이 사라졌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남아 있는 것들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어딘가에서.
이미 끝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