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그대로 시간만
언니 핸드폰을 다시 정지시켰다. 언니가 아프고 가끔 오는 안부연락과 혹시 우리가 모를 중요한 소식이 있을까 싶어 두고 있던 거를 여름에 한 번 그리고 오늘 다시 정지시켰다.
정지는 최대 180일만 가능해 앞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해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전에 언니가 핸드폰을 사용할 날이 올까.
엄마가 충전시켜 놓은 언니의 핸드폰엔 온갖 스팸과 광고 메시지만 잔뜩이다. 그래도 해지를 하기엔… 내년 1월부터는 다시 쓸 수도 있잖아.
일단 정지를 해달라고 했다.
본인이냐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하자 사용자는 장기여행 중이냐 재차 묻는 질문에 그냥 그렇다고 할 걸 그랬다.
언니가 아프기 시작할 즈음엔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랐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 계절이 돌고 다시 가을이 왔다. 언니는 그대로 시간만 흘러버렸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