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페이지는 디자인보다 기획이 먼저다

by 나래언니

온라인 판매를 처음 시작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디자인부터 떠올립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어떤 색감이 예쁠지, 어떤 템플릿이 고급스러워 보일지 수없이 고민하죠. 하지만 상세페이지는 예쁜 디자인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판매를 결정짓는 힘은 언제나 기획에서 먼저 만들어집니다.


고객이 제품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흐름은 사진이나 디자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획을 돕는 도구일 뿐, 고객을 안내하는 방향을 만들어주는 건 결국 기획입니다. 기획이 잡혀 있지 않으면 사진도, 문장도, 전체 흐름도 제 각각 흩어져버립니다. 예쁜 이미지를 잔뜩 넣어도 "그래서 왜 사야 하지?"라는 질문엔 답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사의 상세페이지를 참고하면서 시작합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꽤 흔한 일입니다. 저 역시 완전히 모르겠다는 분들에게는 "우선 구조를 참고하세요."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참고가 어느 순간 그대로 붙여 넣은 것같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구성, 비슷한 문장까지.... 고객은 모를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요? 요즘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구매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진 한 장, 어느 문장 하나만 봐도 어느 브랜드가 처음 만든 건지 금방 구분합니다. 벤치마킹의 핵심은 남의 감성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를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과 오래된 노포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듯,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감성은 첫 장면에서부터 또렷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저 역시 봄나래를 기획할 때 은은하게 느껴지는 여유, 따뜻한 햇살 같은 정성, 선물의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미지와 톤, 글을 초반 부분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감성이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획이 감성을 만들고 그 감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전문 업체에 맡기려는 분들도 많지만, 결국 디자이너가 작업할 수 있는 범위는 내가 제공한 정보 안에서만 표현됩니다. 내가 정리하지 않은 브랜드의 철학을 디자이너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고, 내가 설명하지 않은 제품의 특징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해 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상세페이지를 제대로 맡기려면 먼저 내가 기획자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소개와 슬로건,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 해결하고 싶은 고객의 문제, 제품의 구성과 정보,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 이 모든 것이 정리된 상태여야 비로소 촬영과 디자이너가 의도를 정확히 구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획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노트 하나를 꺼내 가볍게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브랜드의 메시지, 첫 화면에 들어갈 감성, 제품의 스토리, 구성, 사용 장면, 고객에게 꼭 알려야 할 정보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보세요. 이렇게 정리된 기획은 페이지 흐름을 만들어주고, 사진 선택의 기준이 되고, 브랜드의 색을 지켜주는 뼈대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새로운 제품이 나오더라도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상세페이지는 디자인보다 기획이 먼저입니다.

기획은 제품에 대한 나의 시선에서, 브랜드의 철학에서, 고객을 향한 이해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깊고 오래가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힘은 어떤 유행보다 강력하게, 어떤 경쟁사보다 선명하게 당신의 브랜드를 지켜나가게 해 줄 것입니다.


당신의 제품에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바로 당신입니다. 이제는 남의 분위기를 흉내 내는 상세페이지가 아닌, 나만의 브랜드 중심을 묶는 기획을 시작해 보세요.

그 기획은 곧, 당신의 제품을 설명해 주고, 당신의 감성을 대신 전달하고, 누구보다 정확하게 고객을 설득해 주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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