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스페셜 미드나잇 1부
“네 엄마가 하늘로 올라갔어.”
엄마가 어떻게 됐냐는 내 물음에,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
2년 전, 그날 오후 여섯 시쯤, 학교 자율학습을 마치고 정문을 나섰을 때였다.
길 건너편 도로 갓길에 엄마 차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엄마는 퇴근길에 가끔 내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오는 날이 있었다.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선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난 엄마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었다.
보행신호가 바뀌자마자 횡단보도로 뛰었다.
조수석 자리 문을 열고 뒷좌석에 가방을 툭 던져놓고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식재료로 채워진 시장바구니가 실려 있었다.
“우리 아들, 공부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
엄마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평소에 좀처럼 하지 않던 어색할 만큼 다정한 말이었다.
난 어색한 미소를 짓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시장 보셨어요?”
“응. 오래간만에 고기파티 좀 하려고 이것저것 샀어.”
“근데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네가 좋아하는 고기 부위별로 다 사 왔으니까. 많이 먹어 알았지?.”
알았다는 말 대신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자, 이제 출발한다. 안전벨트 잘 매고.”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엄마는 운전하는 내내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말없이 듣고 있다가 타이밍에 맞춰 짧게 반응할 뿐이었다.
차는 해우사거리에 진입했다.
퇴근 시간답게 도로는 정체로 인해 사거리 중앙엔 교통경찰이 나와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꼬리를 무는 얌체 차들 때문에 길이 막히는 곳이었다.
좌회전 신호가 켜지자 엄마는 신호에 따라 천천히 핸들을 틀었다.
그때였다.
“윽…!”
엄마의 짧은 신음과 함께 차가 급정거했다.
브레이크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끼익’ 하는 소리가 겹쳤고, 이어 뒤따르던 차량들에서 동시에 경적이 울렸다.
엄마는 오른손으로 힘겹게 사이드브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왼쪽 가슴 쪽을 움켜쥐었다.
또 한 번의 깊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윽…….”
그리고 핸들 위로 얼굴을 푹 숙였다.
‘빠아아아아아앙….’
엄마의 이마에 눌린 클랙슨 소리는 마치 비명을 지르듯 길게 울려 퍼졌다.
사거리 전체가 여러 개의 경적 소리로 뒤덮였다.
“엄마! 엄마!”
나는 엄마를 다급하게 부르며 팔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은 핸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걸 놓치면 안 될 것처럼 꽉 쥐어잡았다.
수신호 하던 교통경찰이 다급히 차로 달려왔다.
그리고 어딘가 무전을 쳤다. 경찰은 운전석 문을 열고 엄마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가 도착했다.
엄마는 힘겹게 숨을 짜내고 있었다.
경찰들이 엄마의 손을 떼어내자 경직되어 있는 엄마는 맥없이 힘이 풀렸다.
경찰은 엄마를 들쳐 안고 경찰차에 옮겨 태웠다.
경찰차는 서둘러 자리를 떴고, 수신호 하던 경찰이 차를 운전해 경찰차 뒤를 따랐다.
십 분도 채 안 돼서 서안 의료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의료진들이 엄마를 경찰차에서 꺼내 환자 이송침대로 옮겨 싣고 있었다.
그때도 엄마는 미동도 없었고 팔이 축 쳐진 채로 응급실로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엄마의 사인을 두고 급성심정지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하늘로 올라가고 말았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땅에 묻히고, 영혼은 하늘로 간다고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었다’는 말 대신 “하늘로 올라갔다”라는 표현을 쓴다.
종교를 넘어 오래도록 쓰여 온 죽음의 은유이자 관용적 표현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결국 상징에 불과하다.
성경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그렇듯 비유와 상징으로 읽어야만 성경이 전하는 그 의미가 드러난다.
이를 테면, '예수께서 공중재림하실 때, 그분을 믿었던 자들이 공중으로 끌어올려져 주를 맞이하게 된다.'
구절 역시 문자 그대로의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독실히 예수를 믿는 이들이 죽은 뒤에 천국으로 향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저 천국을 향한 희망을 비유로 담아낸 문장일 뿐이다.
하지만 그 문장 그대로를 사실로 믿는 순간, 비유와 상징은 왜곡된 신앙으로 굳어지고, 왜곡된 신앙은 현실을 비틀어 버린다.
비유를 현실로 믿는 순간, 그 믿음은 상식에서 멀어진다.
세상 만물은 예외 없이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
중력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인간의 몸이 스스로 공중에 떠오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늘을 올라가려면 죽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온 빛줄기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이장 아저씨의 목격담은 순식간에 마을 안팎으로 퍼져 나갔다.
누군가는 술에 취해 착각한 것이라며 웃어넘겼지만, 또 누군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소문은 점점 형태를 달리했고, 단순한 실종 사건은 어느새 UFO 납치 사건으로 번졌다.
소문을 듣고 신문기자들이 마을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장 아저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 일간지 한 귀퉁이에 기사가 났다.
실종 미스터리, UFO의 소행인가?
- 진짜 하늘로 올라갔나”…UFO 납치설로 마을 발칵-
【서아일보 = 특집취재팀】
시골 마을 한복판에서 남성이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도 평범한 실종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빛줄기’에 휩싸여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마을 전체가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사건은 지난 ○일 밤 12시경, ○○군 △△면 마을회관 인근에서 벌어졌다. 마을 주민 오 아무개 씨(48)가 마을 주민과 술자리를 가진 직후, 신작로 사거리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빛에 감싸여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마을 이장 박 아무개 씨(48)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갑자기 하얀 빛줄기가 나타났어요. △△아버지가 빛 속에 휘말렸는데 두 번 정도 번쩍하고 빛나고 나서 순식간에 싹 사라졌어요. 이건 뭐, 도무지 설명이 안 돼요! △△아버지가 사라진 직후 주민들이 새벽까지 주변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수색에 착수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서 관계자는 “범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딱히 단서가 없어 실종 원인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심은 점점 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바로 **‘UFO 납치설’**이다.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도 산자락에서 괴이한 불빛이 목격됐다”, “밤마다 정체불명의 굉음이 들리곤 했다”며, 이번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니라 외계 생명체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일주일째, 실종자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남겨진 건 눈부신 빛의 목격담뿐. 과연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하늘로 끌려간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알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간 것일까.
지역 사회는 지금, 공포와 호기심 속에서 ‘외계인의 그림자’를 의심하고 있다.
그 기사는 제목부터 너무 자극적이었고 절반 이상은 과장되고 추측에 불과한 기사였다.
기사 말미에서는 그냥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단 한 줄의 활자로 아버지는 공식적으로 ‘UFO납치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기사가 난 이후 단신이었지만 잡지와 케이블 방송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그 무렵부터 UFO관련 미스터리 마니아들, 자칭 ‘UFO현상 탐사자’들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마을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에는 ‘UFO 핫스폿’이라는 낯선 표식이 붙었고, 언제나처럼 조용하던 시골 마을은 뜻밖의 관심과 호기심에 휩싸여 낯설게 변해갔다.
그러나 그러한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곧 관심이 식었고, 탐사자들은 하나둘 떠났다.
누군가는 무심코 말했다.
“혹시… 휴거 당한 거 아니냐? 요즘 공중 재림이다 뭐다 뉴스에도 나오잖아.”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가 사라진 날은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주장한 날보다도 무려 1년이나 앞선 날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그보다는 쌀값에 더 쏠려 있었다.
대부분은 그저 이상한 일이 하나 생긴 거라며 멀찍이서 수군거릴 뿐이었다.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 한가운데서 나는 좀처럼 머릿속을 정리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정말 UFO에 납치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말처럼 휴거를 당했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차라리 어디론가 스스로 떠난 것이라면, 적어도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방학 내내 집에서 한 발짝 나가지 않았다.
혹시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까, 혹시 전화라도 올까, 혹시 편지라도 오지 않을까 싶어 외출도 삼갔다.
우편함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지만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편지 한 통 오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것은 안부를 묻는 마을 어르신들이거나 대부분 신문사 기자들 뿐이었다.
여럿 신문 기자들이 취재를 요청했지만, 사실과 먼 자극적인 기사가 날까 봐 일절 거절했다.
나중에는 문도 열어주지 않고 돌려보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등기 우편 한 통이 도착했다.
장편소설 '스페셜미드나잇'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