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석과의 만남

죽천 바다에서의 '돌'직구 탐사기

by 빛나다온

지난번 '첫 화석을 만나다.'를 올린 후 이번에는 수천만 년의 시간을 품은 죽천 바다로 두 번째 탐사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합니다.

https://brunch.co.kr/@narang7942da/177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번에 향한 곳은 지난번 스카이워크가 보였던 반대편인 죽천의 바닷가였다. "바람 쐬러 가자"는 내 말에 따라나선 친구도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인상 쓰고 있었고 바닷바람은 뺨을 때릴 정도로 무서웠다. '봄봄봄'을 흥얼거리던 지난번의 낭만은 온데간데없이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산책이 시작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엔 내 호기심과 탐사 본능이 허락하지 않았다.


테트라포드가 길게 늘어선 죽천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레이더를 가동했다. 지난번 산길에서 만난 나뭇잎 화석이 준 짜릿함이 잊히지 않았는지 이번엔 물고기 화석을 찾고 싶었다.


오른쪽에는 지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더 걸어가니 지난번에 보았던 반대편의 스카이 워크 풍경이 보인다.

반대로 진입해서 본 스카이워크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다가도 지층 이암이 보이자 허리를 굽히고 돌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혹시나? 없다.
또 없네

차에 있던 장갑을 챙긴 터라 장갑 낀 손으로 돌을 뒤적이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 모습에 친구는 숨죽이고 있다가 한마디 한다.


"지금 뭐 찾는건데? 돌멩이를 왜 그렇게 열심히 뒤지는데..."(경상도 어투)

"여기 잘 들춰보면 나뭇잎이나 물고기 화석이 있을거래 같이 찾아볼래?"


"또 호기심이 발동한 거야? 그거 찾아서 뭐 하려고"

화석엔 관심 없는 친구의 눈에 나는 바닷가에서 돌이랑 대화하는 이상해진 친구였을 거다. 마스크를 꼈지만 찬 바람에 코끝이 시린데도 돌을 향한 집념은 식을 줄 몰랐다. 친구는 돌멩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뒤지고 난 후의 흔적 ㅎ



사실, 이 많은 돌 중에 물고기 화석 하나쯤은 널려있을 거라 생각한 나의 오만이었다. 기대했던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조차 구경하지 못했지만 죽천의 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묵묵히 품고 있었다. 사진 속 돌들처럼 붉은 녹이 슨 듯 강렬한 색채를 뽐내는 녀석부터 겹겹이 쌓인 퇴적층의 결을 고스란히 드러낸 세일층까지 어떤 돌 표면에는 누군가 붓질을 해놓은 듯 검고 갈색인 문양들이 선명했다.


"이것 봐! 이 결 좀 봐. 이게 다 억겁의 시간이래..."


"누가??"


"브런치에서 화석탐사글 쓰시는 작가님의 글에서 봤거든..."

내 대답에 친구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좋겠다. 찾아봐라." (경상도의 어투..)

그 순간, 조개 화석이 또 얼굴을 내밀었다. 무심하던 친구도 "어, 이건 좀 신기하네?"라며 눈을 반짝인다. 기세를 몰아 예쁜 단풍잎 화석까지 발견. "이게 수천만 년 전부터 너랑 나랑 만나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봐 ㅎㅎ"
친구는 "놀고 있네~~"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라.


바람이 더 거세져서 오늘 우리?의 아니구나 나의 짧고도 강렬한 탐사는 막을 내렸다. 비록 세기의 발견은 없었을지 몰라도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돌을 뒤적이며 친구와 보낸 시간은 또 다른 낭만이었다.

바람소리 들어보실래요?

무심한 돌 속에서 보석 같은 문양을 찾아내는 기쁨. 화석에 관심 없는 남들에겐 그저 돌멩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건너온 메신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의 온기에 몸이 녹자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야, 고생했어. 배고플 텐데 굴국밥 먹으러 가자. 다음엔 날 좋은 날 진짜 꽃구경 가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산책 도중 간간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구멍돌(돌피리)' 이야기도 조만간 올릴게요. 파도와 시간이 함께 빚어낸 그 신비로운 구멍돌이 궁금하지 않나요?

작가의 이전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