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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책들》

Chapter1. 서평 쓰기 예제

최원호,《혼자가 되는 책들》, 북노마드, 2016


대학 2학년 전공과목 중 ‘유체역학’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Ⅱ, 물리 Ⅱ, 화학 Ⅱ, 지구과학 Ⅱ에 이어 대학교 공학 수학, 일반물리학 등 제가 가진 ‘이과’ 지식을 총동원해 봐도 생전 처음 만난 ‘베르누이 정리’는 난공불락의 성이었습니다.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 그렇겠다 싶다가도, 똑같은 말을 기호로 나타낸 수식을 보면 이내 자신이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때 베르누이 정리 챕터의 끝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제 문제입니다. 기본 개념을 이해한 학생들이 그 개념을 실제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앎을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관문과도 같습니다. 저 같은 무지렁이 학생들은 예제 문제와 모범 풀이 과정을 통해 이론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고 이해를 심화할 수 있었습니다. 비단 베르누이 정리뿐만이 아닙니다. 공부하는 이에게 있어 좋은 예제란 그 자체가 이론 교재 이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서평을 처음 쓰는 이에게도 좋은 이론 교재와 좋은 예제가 동시에 필요한 법입니다. 서평가 이원석은 《서평 쓰는 법》에서 좋은 서평을 참고하는 것만큼 서평 쓰기에 좋은 학습도 없으며 일단 처음에는 서평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특히나 정답이 있는 공학 문제들과 달리 결과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글쓰기의 세계인만큼 좋은 서평 예시는 결과물의 가능성을 확장해 줍니다. 


‘프레시안 BOOKS’는 《프레시안》의 서평 전문 코너입니다. 《서평 쓰는 법》에서 초심자가 접근하기 쉬운 서평으로 추천하고 있는 코너이기도 합니다. 《혼자가 되는 책들》의 저자 최원호는 그 코너에 서평을 연재했던 서평가이자, 제가 애용하는 온·오프라인 서점 ‘알라딘’의 MD입니다. 이 책은 ‘프레시안 BOOKS’의 예술 도서 추천 코너 ‘美美(미미)하우스’에 연재했던 서평을 고치고 다듬은 글과 몇 편의 서평을 더해 엮은 글입니다. 매 서평에는 책 내용에 대한 설명과 논리적인 평가가 저자의 짧은 경험과 맞물려 씨줄과 날줄처럼 유기적이고 탄탄하게 짜여 있습니다. 서평이 끝날 때마다 핵심 문장을 꼽아 마지막 페이지에 큰 글씨로 한 번 더 써 주어 읽은 글을 다시 곱씹을 수 있도록 한 구성도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서평 쓰는 법》에서 말하는 ‘거시적 맥락화’는 이 서평집에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거시적 맥락화’란 일관된 문제의식으로 다른 도서와 비교해 가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건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서평가의 역량 때문이라기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추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써내야 하는 ‘연재’라는 방식의 특성에 기인하리라 추측합니다. 대신 이 책은 다양한 예술 분야 도서들을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저처럼 책장에 유독 예술 분야 서적이 빈약한 독자를 위한 맞춤형 서평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는 것이 서평이 가진 하나의 역할이라면, 이 책은 성공한 서평집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이 책 덕분에 읽고 싶은 예술 분야 책 목록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혼자가 되는 책들》은 초보 서평가들에게 모범 예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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