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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ra Mar 22. 2020

마스크만 쓸 수 있다면

슴슴한 켄터키 일상 한 스푼-5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된 자택대피명령은 뉴욕주, 코네티컷주, 일리노이주까지 확대되어 3월 20일 현재 7천5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이곳 켄터키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얼마 전까지 주요 이슈가 검사장비 부족이었다면, 검사장비가 확보되기 시작하고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장비의 부족이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보호장비인 마스크가 턱없이 모자라 의료진들은 썼던 마스크를 재사용하는가 하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기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유 마스크가 있으면 의료현장으로 보내달라는 관련자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마스크 사용 자체를 권고하지 않고 있. 권고한다 한들 쓸 마스크도 없지만 말이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연방정부에서는 부족한 의료장비 생산을 위해 며칠 전에야 비로소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발동했다. 이 법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법으로 전시상황에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말 그대로 미국은 현재 전시상황과 다를 바 없다.


마스크의 생산이 확대된다 해도 한국처럼 일반인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갈 여력은 없어 보인다. 즉 몸이 건강한데도 집 밖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우울한 생활이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셧다운 없이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지금 쓸 마스크도 없거니와 근본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큰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에서는 두 명 이상이 모일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주가 여러 곳이 될 정도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아주 불편하게 여긴다. 범죄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오클라호마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후드티 입는 것을 불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을 정도다. 또한, 이곳에서는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때 자기 방어를 목적으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마스크라는 것이 얼굴을 가림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범죄의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굳이 마스크를 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요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빌미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고 있기에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감염환자로 오해받아 혐오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마저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처럼 때마다 유행하는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앞으로는 마스크를 기피하는 미국의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7천5백만 명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묶어 놓는 것 말고 바이러스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마스크 착용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고, 마음 편히 쓸 수도 없는 곳에 있다 보니 마스크를 쓰고 집 밖으로 언제든 나갈 수 있는 한국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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