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어도
2025-02-09 양구 용소폭
유독 사람 복이 많은 나.
주위에 좋은 분들이 꽤 있어 운이 좋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산악회 사람들과는 끈끈함을 넘어서는 어떤 정이 있다.
칠십대부터 삼십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저마다 개성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라 탈이 많을 법도 한데
큰 부침없이 이렇게 40여년이 넘도록 산악회가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이 안에 똘아이(?)들에게는 분명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나보다 어른스러운 동생들도 있고 다정한 또래 친구도 있고 인정 많은 어른들도 많다.
너희를 안보면 눈에 가시가 돋힌다며 매주 등반을 나오는 의현 형님.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바위를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산에 진심인 어른이다.
바위를 하는게 너무 즐겁지 않냐는 말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
지난주 용소폭 뒷풀이에서 동무 삼은 내 친구다.
누구 말처럼 산악회에서 요즘 말로 까불고 있는 나의 말장난을 흔쾌히 받아주는 내 어른 '벗'.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번씩 까부는 동생을 기꺼이 웃으며 받아준다.
그뿐인가?
등반할때는 또 얼마나 세심한지.
상대방의 몸과 마음 상태를 금새 알아채고 솔선수범한다.
다그치거나 서두르지 않으며 지긋이 지켜보고 앞장서고.
내가 그런 멋진 사람을 최근 뒷풀이 자리에서 친구 삼았다.
장난이긴해도 그런 장을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그만이 할 수 있는 마음의 넓이다.
호기롭게 나이 어린(?) 나에게 "친구야. 한 잔 묵자"라며 잔을 부딪히는 사람.
버릇없다고 호통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큰 목소리로 웃어주는 형님.
나는 이런 사람을 잠시나마 벗으로 가졌다.
오지게 복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