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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좋았다.

수락산, 불암산 야간산행

by 날아라풀

2025-07-12~13

이건 미쳤다는 말밖에 달리 쓸 수 있는 게 없다.

더워도 너무 더운 2025년 여름.

그래도 밤이 되면 기온이 좀 내려가려나 했는데 아니올시다.

뜨거운 기온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는지 산에 들어도 더운 건 매한가지.


23시 40분경 다 같이 집결하여 수락산으로 향한다.

늦은 밤치고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증사진을 남기고는 출발.

출발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땀이 흐른다.

눈가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진희 뒤를 따른다.

어두운 밤길을 서로의 불빛을 의지해 걸어본다.

저 아래 도심의 불빛이 낯설다.

나는 이렇게 앞이 깜깜한데 그들만 밝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흡사 홀로 내팽개진 기분이다.

무전기 너머로 사람들의 위치를 살피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혼자만의 착각은 더욱 깊어졌으리라.

오영 형님이 천천히 가라는 소리가 고요한 숲 속 한가운데로 흐른다.

땀으로 흠뻑 젖은 웃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한 형님.

잘 오고 있나 보다.


나만 잘 걸으면 되지 하며 걷는데 좀처럼 다리에 힘이 붙지 않는다.

잠을 안자며 밤샘 걷는 산행은 아무래도 몸에 무리이긴 한가보다.

졸음이 몰려오니 어깨는 더욱 천근만근이다.

언제 쉬려나 하는데 마침 넓적 바위가 나와 휴식하잖다.

짐을 빨리 덜어야 한다며 혜경언니가 배낭에서 큼직 막한 통을 꺼낸다.

시원한 수박이 한가득.

이 무거운 걸 산에 들고 올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언니다.

사람들과 나누려는 마음이 먼저라 무거움은 보이지 않는 건가?

수박을 즐겨 먹지 않는데 이건 꼭 먹어야겠구나 싶은 마음에 덥석 한 입 베어문다.

달큼함이 온몸에 나른하게 퍼진다.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맛이다.

좀처럼 수박이 맛있는 과일이라는 생각을 안 드는데 기분 탓인지 하나 더 집어든다.

더는 힘들어서 못 만든다는 어무니표 떡까지 야무지게 먹고는 기운을 차려본다.

이 고난의(?) 길에 함께하는 이들이 아니었다면 홀로 짜증만 내고 있었을게 분명하다.

그들이 있어 오늘도 힘을 내본다.

더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데 동은 터오고 동시에 잠이 몰려온다.

수락산을 무사히 내려오고 불암산으로 드는 길목.

여자들은 하산해 실버 암장으로 향하고 남자들만 당초 예정된 불암산을 완주하라는 주문이 떨어진다.

한 편으론 반갑고 한 편으로 아쉬운 명령이지만 단장님과 등반대장님의 지시니 따를 수밖에.

불암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길목을 올려다본다.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지 금세 멀어진다.

일정이 있어서 먼저 내려가는 사람들과 암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석봉 형님을 앞세워 군말 없이 불암산역으로 하산을 한다.

졸리고 배고픈 아침.

혜경언니가 수박 나눔에 이어 토스트와 시원한 청량음료를 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다시 한번 고마움을 보낸다.

실버암장을 찾아 자리를 잡고는 불암산으로 향한 사람들을 기다린다.

쏟아지는 졸음 탓에 무거운 눈꺼풀.

드러누울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암장을 찾아 헤맨 사람들이 전화를 한다.

이야. 빠르다. 빨라.

몸 좀 누일까 했는데 나의 거드름을 눈치챘는지 줄 먼저 건다.

오늘은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 하고 퍼져 있으려고 했는데.

나도 힘들면 저들은 더 지치겠지 하는 마음에 장비를 착용한다.

오름짓 한번.

이걸로 이번 밤샘 산행은 끝.

함께여서 오늘도 가능했다.

늘 끝나고 나면 안도의 한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든다.

유난히 더운 밤샘 산행.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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