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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풀 Aug 24. 2017

춘클, 당신의 어깨가 반짝거렸다.

어쩌자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대체 이게 얼마만인가!
짐작은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징하게 고된 몸부림이었다.
나서기는 했으나 자신감은 없었으니 이건 뭐 시작하기도 전부터 등반도 뭣도 아닐 수 밖에.
작년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에다 흘러내리는 땀까지 더해져 나의 춘클 등반은 이걸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바위에 온 몸을 부여잡고 낑낑거리는 내가 딱해보였는지 기꺼이 당신의 어깨를 내어주겠다는 그 말씀이 아니었다면 하찮은 내 정신력은 아마도 춘천 어느 강아래 쳐박혔을지도 모른다.

등반을 번번히 즐기지 못할 바엔 이제 그만 멈추자 했던 지난 시간들이 그 순간만큼은 나도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물론 그 때뿐...
어렵고 무서운 코스를 마주할 때마다 '내가 여길 왜 왔을꼬.'를 더 많이 속삭였다.
"나도 무섭다"는 당신들의 말은 모두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가뿐한 몸놀림을 보면서 어서 암벽화를벗는 순간이 오기만을 바랐다.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당신들은 환하게 빛나보였다.
언제까지나 선배들이 줄을 깔아줄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하던 그 당연한 미래를 유보하고 싶을 만큼.

이날 생각만 하는 바보는 여전히 비틀거렸고
오랜 시간 그 길을 걷고 있던 그들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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