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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풀 Jul 12. 2023

행님아!

이 줄 잡으소.

봄이 오면 꽃이 피듯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되뇌는 날들.


산에 들면 볼 수 있는 그 당연한 존재를

_ㅆ 과거형으로 쓰고 싶지는 않기에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구겨놓고 주저한다.


그토록 당연한 일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러. 나.

더 생각하려 하지만

좀처럼 생각이 모이지 않는다.


조각조각 흩어진 기억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너는 인마... 내가 흰 산 꼭 데려간다'

지난가을 나를 울렸던 그 한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나누자. 정'

그 다정한 구호를 외치며 찡끗거리는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선생님은 무슨 선생님이냐 형님이라 불러'라고 말하던 지난겨울 고깃집의 냄새가 어제처럼 가깝다.


행님아!

이렇게 다정하게 자주 부를걸 그랬다.

말 많다고 타박 좀 덜하고.

담배 피운다고 구박 좀 덜하고.


매서운 눈으로 후배들의 등반을 지켜봐 주던 믿음직스러운 형님의 뒷모습이.

그 어깨를 바라보는 순간은 내내 따뜻했다.

그럴 때마다 참 든든했다고 좀 더 자주 말해줄걸 그랬다.

우리를 지켜보느라 등반을 하지 않던 올초 영하17도의 구곡폭포

이렇게 후회하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형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야. 인마. 헛소리 말고 등반이나 해'

호통이 그리울 수도 있구나.


산화되어 무뎌진 바위날처럼

내 마음에 뭉근 시간이 찾아오면

그때는 꿈속에서라도 형님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한 줄로 엮인 서로를 돌아보며

단단히 매듭지어 오름짓을 할 테다.


형님의 한결같은 산사랑이 처음과 끝이었듯

나도 산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잡아본다.

때론 흔들리고 주저하는 날들이 오겠지만

그래도 걸어야겠다.

잡은 이 줄이 형님에게 쭉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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