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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리치 Oct 31. 2023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영화 리뷰 #1  <오펜하이머> , 크리스토퍼 놀란(2023)

나와 남편이 너무나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놀란 감독의 첫 전기영화 '오펜하이머'가 8월에 개봉한다고 하기에, 내 출산일이 8월 초라 영화관에서는 못 보겠구나 단념했지만, 조리원 퇴소 후에도 상영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기로 하고 저녁에 외출해서 나 홀로 영화를 감상하고 왔다.


그래서인지 기록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에 대해서는 알쓸별잡을 포함 해서 여러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지식을 많이 습득하고 갔는데도, 워낙 물리학의 내용이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 내겐 좀 어렵긴 했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트리니티 실험을 성공시킨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 정도로 알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주변 인물들과 시대 상황이 복잡해서 사전 이해가 있어야 좀 더 심도 있게 볼 수는 있겠다 싶었다.


전기 영화라서 각각의 캐릭터에 푹 빠져서 봤는데, 인물에 대한 영화이면서도 세계사, 과학(물리), 인간, 철학 등등 모든 걸 담고 있고 표현되어 있어서 볼거리가 가득하고 느끼는 점도 너무 많았어서 놀랐다. 역시 놀란 감독의 영화는 N번 봐도 이해가 안 되지만 N번은 봐주어야 된다.


내가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웅이면서 동시에 무법자이고, 선과 악의 경계에서 늘 고심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배트맨의 캐릭터를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오펜하이머 박사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꼈다. 알쓸별잡에서 놀란감 독이 말했듯이 그도 이러한 복잡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고.


기억에 남는 장면, 전쟁의 종료를 알리는 폭탄을 투하한 날 오펜하이머의 연설 장면에서의 연출이 기억에 남아 메모장에 살짝 적어두었는데, 오펜하이머에게 환호하는 연구원들의 환호의 구둣발 소리는 전쟁에서 행군하는 군인의 발소리를 연상케 했고, 실험 성공과 종전에 환호하는 외침 속에서는 원폭 피해자, 사망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연상케도 했기 때문에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고, 그런 연출이 너무 소름 돋게 멋졌다.


출처 네이버 오펜하이머 스틸컷 <오펜하이머의 연설대 입장 장면>


그간 놀란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도 되짚어 보게 됐는데, 내가 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지만 한 영화에서 다루는 범위와 영역이 점점 더 복잡해지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좀 더 구조적 여지며, 작품들 간에도 유기적여진다고 느꼈다. 다루는 소재가 비슷해서 일 수도 있겠다.


메멘토(시간, 기억), 다크나이트(인간, 선과 악), 인셉션(시간, 꿈, 중력), 인터스텔라(중력, 블랙홀), 덩케르크(시간, 전쟁), 테넷(시간, 양자 역학, 전쟁), 오펜하이머(양자역학, 선과 악, 전쟁, 이데올로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긴 러닝타임에 서사적으로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하지만 인간적이고 따듯하게 느껴지는 한 인물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점이 더욱더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매력 포인트 같다.




막강한 배우 라인업에 대하여는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나는 사전에 영화에 대해 찾아보고 보는 것을 안 좋아해서 각각 어떤 인물을 맡았는지는 주연인 킬리언머피 빼고는 모르고 보았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배우들이 연기한 역사적 인물들을 좀 더 흥미롭게 보게 되었다. 다가가기 어려운 역사 속 실존 과학자와 정치인들을 친근감 있게 표현하기 위함이었을까. 너무 익숙한 배우들이 나오니, 친근하게 느껴졌다.


주연 킬리언 머피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아니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놀란감독 영화에는 '배트맨 비긴즈' 때부터 종종 조연으로 출연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필모를 다시 정주행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봤다. 아마 이번년도 남우주연상은 휩쓸지 않을까


전기 영화인 만큼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맷데이먼, 사실 나는 이제 최신 영화에 맷데이먼 나오는 순간 항상 몰입이 깨진다. 맷데이먼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1990-2010년대를 풍미한 너무 미국 대표 영화배우여서, 라이언 일병, 제이슨 본, 인터스텔라의 만박사, 리플리 같기도 해서 몰입이 약간 깨지는 것이 흠인데 놀란 감독은 맷데이먼을 중요한 역할로 가끔 출연시켜서 좀 의외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리플리와 만박사가 잊히는 맷데이먼의 그로브스 장군 연기에 또 속는 나 자신을 보고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게리 올드만, 트루먼 대통령으로 등장했을 때 또 한 번 그의 연기력에 놀랐는데,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수상을 연기했을 때의 그의 변신이 잊힐 만큼 또 한 번 트루먼 대통령으로 완벽히 연기했기 때문이다. 짧았지만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다.


로다주, 간지나는 아이언맨이 그리울 정도로 욕심 가득한 늙은 정치인으로의 분장과 연기, 신기하게 봤다.


플로렌스 퓨, 아기 같은 얼굴로만 봐서 그런지 진태트록 역할의 치명치명한 에로씬은 안 어울려 보였다는 개인적인 생각, 놀란 감독 영화에 다수 출연한 마리옹꼬띠아르가 했으면 어땠을까 (맨날 혼자 캐스팅해 보는 프로 망상러)


출처 네이버 오펜하이머 스틸컷 <진태트록과 오펜하이머>


기억에 남는 배우 중에는 조시하트넷과 데인드한, 조시하트넷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섹시했고, 데인드한은 잘생기고 퇴폐미 강력해서 미군 역할이 조금 안 어울려 보였다.


놀란 감독이 전기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역시 전기 영화면서도 과학과 철학, 전쟁과 이데올로기가 모두 들어있으며 물리학에 대한 시각적 표현도 새로웠고, 핵분열이라는 것이 어떤 현상인지 시각적으로 연출한 부분 때문에 대충만 알고 있던 부분을 좀 더 그림을 그리며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개념들을 어쩜 그리도 표현을 잘하는지. 천재 영화감독이 맞다.


이렇게 리뷰를 기록하고 있으니, 조용히 한 번 더 킬리언 머피의 연기를 음미하고 싶어진다.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다우니주니어), 음악상, 촬영상, 편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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