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피지기 Mar 16. 2023

기독인가?개독인가?

전우원 씨의 고백을 보면서 드는 생각(1)

나는 지금 5년째 육아휴직 중이다. 뜬금없지만 늘 그렇듯 둥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늘 오전에 유튜브를 켰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떠서 호기심에 들어보았다.  


우리나라성인이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있을 때 태어난 사람이다.


영상을 기 전에 특이했던 점은 채널 이름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용이 조금만 들어봐도 자기 집안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손자'라는 분은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서 지금 회개했고 죄를 고백하고 있는 거구나!'라고 단박에 느꼈다. 참고로 나는 엄마가 시켜서 8살 때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해 30년 정도 교회에 다닌 반모태 기독교인이다.


영상을 다 듣고 나서 기사를 찾아보니 역시나 이 분의 아버지인 '전재용'이 '아들이 정신이 아프다. 제대로 돌보지 못한 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기사가 여지없이 있었다. 어찌나 나르시시스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지!

나르시시스트에게 잘못됐다고 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자기가 맞고 상대방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몰아간다. 심지어는 가족이나 아랫사람이 그럴 경우에는 자기가 정신이 이상한 가족이나 아랫사람을 돌보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착한 사람 코스프레까지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정신이 멀쩡한 국민들이 볼 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전두환과 전재용일 것이다.


더 경악할 일은 전재용도 기독교인이며 전우원 씨의 말에 따르면 심지어 목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전재용'이라는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면 나르시시스트가 왜 하나님을 믿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전재용은 전두환이 천국에 갔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신들을 '선택'하셔서, 자신들은 '선택'을 받은 자들이어서 죄를 지어도 용서받는다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용서한다고 한다. 전우원 씨 말에 의하면 용서는 죄를 지은 사람 본인이 아닌 '피해자'들에게 받아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자기 죄를 '스스로' 용서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회개를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죄는 용서받았다고 믿고, 하나님은 무슨 짓을 해도 넘어가고 용서해 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특권계층이라며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뭘 해도 옳고, 자기보다 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말씀으로 정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섬김과 고난에는 동참하지 않으면서 하늘의 영광만을 누리려고 한다.


예수님은 약한 자들을 위하시고 낮은 곳에 임하시는 분인데 나르시시스트들 때문에 기독교가 '개독교'가 되어 가고 있다. 같은 기독교죄책감이 있고 예수님의 뜻을 따르며 양심이 있는 사람이 믿으면 '기독교'가 되고, 나르시시스트처럼 자기 죄를 세탁하고 선민의식을 갖고 우월감을 얻기 위해 믿으면 '개독교'가 되는 것이다.


전우원 씨의 영상을 보면서 더 이상은 선량하고 숭고한 예수님과 하나님의 사랑이 나르시시스트들에 의해 제발 왜곡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


끝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개 한 가정의 죄를 몰래 폭로하고 있는 나도 두려운 마음 글을 속시원히 쓰지 못하고 있는데 전 국민이 아는 집에서 태어나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죄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전우원 씨는 얼마나 힘들고 두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지치지 않고 싸워주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드등 벽난로와 같은 나르시시스트의 공감능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