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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naree Feb 18. 2021

새콤하고 매콤하게, 문어 세비체

맛있는 음식과 딱 맞아떨어지는 술 한 잔의 근사함

나는 술이 좋다.

술자리가 아니라 술.

맛있는 음식과 딱 맞아떨어지는 술.


요즘은 막걸리를 거의 안 마시고, 맥주도 예전처럼 목구멍 열고 마시지 않는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다가는 정말 내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좋은 안주와 함께 좋은 술을 적당히 즐기게 됐다. 바야흐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요즘은 와인이다. 와인 수입사를 운영하는 남동생과 소믈리에로 일하는 올케 덕에 '와알못'은 이렇게 오늘도 한 발 진화다.


고기보다 해산물을 월등히 좋아하는 탓에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기 좋은 요리를 자주 만다. 그중에서도 너무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것, 문어 세비체.


일단 문어를 잘 삶아야 한다.

문어 내장을 제거하고 난 뒤,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빨판 등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뒤 깨끗하게 헹궈낸다. 무 한 조각을 넣고 식초를 살짝 넣으면 부들부들 연하게 삶을 수 있다. 물이 끓을 때 문어대가리를 잡고 다리 쪽을 3-4번 담갔다 빼면 예쁘게 말려 모양 잡힌다. 불 너무 약하지 않게 유지하면서 삶아준다. 화력에 따라 다르지만 1kg 정도 크기의 문어를 기준으로 할 때,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는 것까지 해서 대략 20분 정도 삶으면 적당하다.

세비체(cebiche)는 페루식 초회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페루에 가 본 적 없으니 당연히 현지의 세비체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어디선가 이 세비체를 엄청 근사하게 묘사한 글을 읽고 나서, 이러저러한 레시피를 참고해서 만들어보게 된 게 화근이었다. 그 후로 틈만 나면 문어를 사서 이 녀석을 만들어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광어 같은 구하기 쉬운 횟감으로 만들어먹어도 물론 훌륭하지만 생물 문어를 따라가긴 힘들다. 문어 최고!


잘 식힌 문어는 썰어서 라임즙에 재워 냉장고에 넣어둔다. 라임 대신 레몬을 사용해도 된다.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마늘과 양파, 그리고 매운 고추다. 색도 예쁘고 식감도 훌륭한 데다 영양도 다채로운 파프리카도 넉넉히 넣는다. 원래는 고수를 넣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날은 자투리로 남아있는 미나리를 사용했다. 이 모든 재료는 너무 잘지 않게 (새끼손톱 정도의 크기로) 다진다. 아, 마늘은 매우니까 잘게 다져서 조금만 넣을 것.


원래 세비체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는데, 3배 식초 정도 되어야 신맛이 느껴지는 게 아니면 적당히 입맛에 맞게 산도를 조절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레몬즙을 넉넉히 넣는 정도로도 괜찮았다.


차갑게 식은 문어를 꺼내 야채와 함께 섞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올리브유를 둘러 버무린다. 단맛은 올리고당 정도로 약간 더해주면 좋다. 채소에서 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간을 본 후에 소금을 조금 더 넣어줘야 할 수 있다.

이렇게 예쁘게 알록달록한 문어 세비체가 완성되었다.

동생이 운영하는 와인 수입사 '모멘텀 와인 컴퍼니'에 새로운 와인이 입고되었다.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이다. 양이 방귀를 뀌는 익살스러운 라벨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방귀와인이라니예상대로 스파클링 와인이다. 하하!


자, 이제 와인타임!


덧말) 문어나 파프리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사랑에 빠질 텐데!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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