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으로 엮어 오던 '먹고사는 이야기'를 이어 쓰지 못한 지 꽤 되었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음식과 관련된 '즐거운'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 느낌은 제주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온 뒤로 더 심해졌는데, 야속하게도 (다들 알다시피) 한참 동안 코로나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어지간하면 곧 자리 잡을 줄 알았던 서울에서의 매장 운영도 점점 궁지에 빠져들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지인들과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감상에 젖기는커녕, 있던 입맛도 사라지고 퇴근 후엔 집에서조차 주방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먹고사는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무척 좋았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주제나 에피소드들을 틈틈이 메모해두기도 했지만 그것들을 갈무리해서 온전하게 완결된 글로 마무리짓기에는 마음이 여전히 궁핍했다.
많은 계획과 실행과 희망들이 거품처럼 사라져 갔던 시간들.
예기치 않았던 수술을 받고, 두세 달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가며 버텨온 몸뚱이. 무엇으로도 달래지지 않았던 불면의 밤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몇 년에 걸친 팬데믹은 국내 요식업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결국, 야심차게 제주에서 서울로 이전했던 매장을 지난해 말에 완전히 철수하고, 위탁생산이라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온라인 판매와 유통으로 업태를 전환했다.
물류창고를 얻고, 사무실을 새로 꾸미고, 온라인 마케팅의 세계를 처음부터 공부하며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중이다.
산다는 건 뭘까.
많고 많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연명할 이유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결국 살아가는 것 그 자체라면,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끈덕지게 몇 년을 살아온 것 같기도.
그러다 오늘 문득,
다시 뭐라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든 분출하고 소리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일 수도 있고, 혹은 이제 고난과 어려움 따위에 내성이 생겨버려서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봐야 그저 꾸덕한 일상에 대한 푸념이나 하소연에 불과한 잡글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