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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een Oct 20. 2024

N번째 결혼

검은 도화지




행복하려고 시작해 주어 담았던 것들은 결국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내게 했다.


자그마치 7년의 연애 그리고 7년의 결혼생활의 끝은 검은 도화지.

차라리 아무것도 그려진 적 없는 새하얀 도화지가 부러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어느 곳부터 손봐야 할지,

내 나이 서른여섯.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은 영구삭제 휴지통으로 빠르게 삭제되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리듯

한 순간에 모든 기억이 날아갔다.

신기하게도 14년을 줄기차게 눌러댔던 전화번호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깜깜한 밤

어두운 길을 정처 없이 걷다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누군가 뒤에서 어둠으로 훅 밀어버렸음 했다.


어둠은 어릴 때부터 왜 나를 따라다닐까?

어둠을 만나면 묻고 싶었다.


어둠아, 어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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