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도화지
행복하려고 시작해 주어 담았던 것들은 결국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내게 했다.
자그마치 7년의 연애 그리고 7년의 결혼생활의 끝은 검은 도화지.
차라리 아무것도 그려진 적 없는 새하얀 도화지가 부러웠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어느 곳부터 손봐야 할지,
내 나이 서른여섯.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은 영구삭제 휴지통으로 빠르게 삭제되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리듯
한 순간에 모든 기억이 날아갔다.
신기하게도 14년을 줄기차게 눌러댔던 전화번호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깜깜한 밤
어두운 길을 정처 없이 걷다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누군가 뒤에서 어둠으로 훅 밀어버렸음 했다.
어둠은 어릴 때부터 왜 나를 따라다닐까?
어둠을 만나면 묻고 싶었다.
어둠아, 어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