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대부분 자신에 관한 것이다. 현재 자신이 느끼고 깨우친 것들을 주로 말하게 된다. 내가 관심이 가는 것에 집중하고 나의 생각을 표현한다.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말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의 말에서 그가 드러난다. 그는 누군가를 판단, 비판하고 남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그의 인식 범위와 가치 판단 안에서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거기서 더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남들이 아닌 그 자신이다. 자신을 얼마나 심도 있게 살펴보았는가에 따라 그 이해 범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스스로의 인식을 드러내는 행위다. 말은 밖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반응하는 나의 인식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의 비난은 두려워할 것이 못된다. 비난하는 자는 알지 못하며 아는 자는 비난하지 않는다. 상대의 행동 바탕을 이해한다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 인식 범위가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데 미치지 못하기에 비난이 나온다.
그렇지만 한 개인이 모든 인간을 완벽히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도 제대로 모른 채 살아간다. 하물며 남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저 자신의 알음알이로 다른 이를 재단하여 말하고 있을 뿐이다.
때때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 상대를 비난함으로써 나와 우리의 분노와 불안을 잠시 달랜다. 그것 역시 인간적이다. 각 개인의 좁은 인식들이 모여 보다 큰 전체의 흐름을 대변한다. 개개인으로 보자면 불완전한 인식이나 전체로서는 그것이 가장 적절하다. 상대적인 결핍은 전체의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대중의 비난은 사회의 흐름을 보여준다. 다수가 분노했다는 것은 그 사건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적 변곡점이다. 공동체의 전체 이익이나 나아갈 바를 무언가가 심히 침해한다면 대중은 어김없이 분노로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수가 항상 진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수의 목소리는 현시대의 가치나 상황은 보여주지만 진실은 그것을 넘어설 수도 있다. 대중의 일부로써는 적절한 분노나 비판을 표출하더라도 의식적으로는 그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감정에 이끌린 비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와 혐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다.
인간 각각의 행위들은 다 다르게 보이고 그중에는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밖의 시선으로 보면 인간의 모든 행위들은 인간을 규정하고 특징지어 주는 인간적 요소들이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동일한 종으로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비슷한 인식을 한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파장은 점차 사회로 확대되어 공유된다. 개인의 의식은 전체 사회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형성되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관여되어 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간다.
한 존재가 아무리 독특해봐야 종의 특성 안의 발현이며, 인간이 아무리 유별나 봐야 인간적 활동을 할 뿐이다. 모든 인간은 나와 동일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분화되었다.
분리된 개체적 관점으로는 “난 저들과 달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구별하고 분리하며 미워하고 혐오하는 저들과 나는 다른 것보다는 공통된 것이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다른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은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 존재를 이해한 만큼 자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상대에 대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미는 순간 그 잣대에 의해 자신의 가능성도 제한된다.
인간은 자신과 관계없다고 인식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 생각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외부에서 터져도 그것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것은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하고 쉽게 잊힌다. 내가 누군가를 계속 비난하거나 탓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와 관련된 일이며 나는 최소한 거기에 마음이 걸려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그 비난의 말을 자신에게로 돌려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매우 무시한다고 느껴져 그를 비난하고 있다면, ‘혹시 내가 나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거나.
주변의 소음이 매우 거슬려 이웃을 비난하고 있다면 ‘이 소음은 나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고 깨우는가?’라든가.
정치나 사회 문제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다면 ‘내가 그 사람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 돌아보는 식이다.
이와 같이 문제의 쟁점을 상대 중심이 아닌 내 중심으로 돌려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의미 있는 힌트를 얻거나 혹은 그 물음으로 인해 이해를 확장하고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마음을 흔드는 모든 상황들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과 효과적인 명상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비난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비난하는 상대는 그저 그의 알음알이가 당신을 계기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신의 손짓도 숨어 있으니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비난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남의 잘못된 점에 대해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그저 자신의 인식 범위에서 일어나는 판단임을 알아차려 불필요한 비난에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보다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