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공포

by 나르하나

공포는 어둠 속에서 비교적 쉽게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는 눈앞의 장에 검은 막이 드리워져 외부의 정보가 일시적으로 제한되고 관념의 세계가 확장한다. 주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불가능하므로 본능적으로 두려움과 부정적 가능성을 떠올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한다. 더욱이 인간은 지금까지 어둠에 관한 수많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축적해 왔으므로 어둠에서 부정적 관념은 쉽게 접목된다.


어둠 속에서 순간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얼핏 본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 할지라도 단지 마음이 그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을 느끼고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소설책을 보거나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미지들을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두려운 마음만으로도 얼마든지 그에 맞는 이미지나 상황 혹은 느낌을 눈앞에 연출할 수 있다. 마치 빈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어둠이 형체를 가림으로써 정보의 빈자리를 마음에서 떠오르는 상념들이 메우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을 그대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은 어디까지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작용이다. 때문에 외부 현상을 직시하는 것보다 현상을 인식하는 마음의 흐름을 직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직시의 첫 순간은 공포가 증폭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볼수록 대부분의 두려움들은 마음이 과장시킨 것들임을 알 수 있다. 두렵거나 공포스럽다는 것은 그 현상과 거기에 반응하는 마음의 흐름을 아직 잘 모르고 있음이다. 그것에 관해 알지 못하므로 대처가 어렵고 두려운 마음은 커진다.


직시로 자신이 과장시킨 부분을 인식하는 순간, 두려움은 감소하고 보다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인식의 과장은 당신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깨우칠 때까지 경험의 강렬함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음의 반응과 의미를 이해하게 된 순간 두려움은 사라진다. 태양이 떠오르면 어둠이 물러가듯 공포와 두려움은 실체를 직시하는 의식에 의해 자연스레 밀려난다.


그러나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는 없다. 현상에 대한 즉각적이고도 완전하며 전체적인 인식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은 하나의 생명으로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든 불명확한 인식의 틀로 현상을 과장하여 해석하기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왜곡된 인식과 그에 따른 두려움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다.

한 인간이 끝내 어떤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 하여도
그는 이미 진화의 흐름 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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