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의지 했기에, 가장 크게 상처 받는다.
그 순간은 부모로부터 이어져 온 과거의 정보가 현재의 자신을 자극하는 것이자 자신만의 독자적 길의 시작점이다. 자신에게도 내재된 그 정보는 부모와의 충돌 속에서 변성되거나 깨지길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정보의 연속성 위에 있지만 그것을 새롭게 할 자연적 의지를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는 과거 인자의 결과물이며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또 거기에 머물 수만도 없는 것이다.
부모도 인간이기에 인간적 한계가 있다. 그들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정보 속에서 좀 더 진화하기 위한 숱한 과정을 거쳐 왔다. 부모는 자신의 틀로 자식을 대할 수밖에 없지만 자식이 자신과 같은 틀에 매이길 원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부모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다 해도 그 모든 상황은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자연의 압박이지 그 틀에 안주하도록 조건 지어진 것이 아니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정보의 굴레 속에서 나타나는 고통은 한 개인을 넘어 한 가문의 과제이자 더 크게 보면 전 우주적인 진화의 흐름이기도 하다. 친자 간을 포함한 모든 관계는 자연 진화를 위해 가장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다. 인간적 관념에서는 그것을 상처라 말하지만 자연적 시각에서는 강력한 변화의 순간이다.
부모는 자신의 원인이요 지금의 나라는 것은 거기서 나온 결과물이다.
허나 나라는 존재는 거기에 머물기 위해 온 것이 아니요
거기에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왔다.
과거의 의미 있는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위해 자신만의 난제를 풀어가는 것은 중요한 인간의 과제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어려운 그 부분을 깨우치고 넘어설 때, 비로소 새로운 나로서의 삶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