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초점

by 나르하나

신체가 고통을 느끼는 것은 뇌의 전기적 자극에 의해서란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뇌만 잠재우거나 돌이키면 신체에 어떤 해를 가해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평화로울 수도 있다. 마취를 통해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뇌와 연결된 신호만 끊어 주면 신체적 고통은 나와 완전히 별개의 것이 된다.

심리적 고통은 어떠한가?

심리적 고통 역시 과거의 기억이 차단되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사라진다. 인간이 자극적인 것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인식을 전환하여 고통으로부터 초점을 돌리길 원해서이다.

갑자기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너무나 흥미를 끄는 대상이 나타나면, 관심이 그곳에 집중되어 이전의 자잘한 고통들은 인식에 잡히지 않는다. 단지 주의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을 뿐인데 그 심리적 고통들의 존재 의미는 사라졌다. 그것은 더 이상 의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고뇌의 순위에서 밀려났다.

관심이 가지 않는 것에, 느낌이 닿지 않는 곳에, 고통이 설 자리는 없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이라는 것은 어떤 명확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초점의 위치에 따라 드러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형체와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고통은 작용하지만, 고통의 실체라는 것은 감각 반응에 따른 뇌의 전기적 신호이자 주의와 분별에 따라 나타나는 화학반응이다. 꿈은 꿈 안에서는 실체로 느껴지지만 깨어나면 실체랄 것이 없듯이, 현실의 고통이라는 것도 감각을 통해 느낌으로 나타나지만 초점을 옮기면 그 실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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