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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Aug 15. 2022

예중 1학기를 마치며 1

3월의 기록 

작년 이맘때쯤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아들의 예중 입학.

지난 반 년의 기록 중 3월.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입학식이라 더욱 각별했던.


2022/3/1

OO의 중학교 입학.

3월2일에 첫 시작의 느낌을 받아본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초등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 때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처음”이란 느낌.

새 가방에 새 신발. 새 교복. 새 학교. 새 친구. 

익숙한 삶 속에 새것들을 욱여넣는 설렘과 동시에 긴장감. 

익숙해지고 편안해질 그때까지 우리 모두 긴장 모드.


2022/3/2

입학식.

입학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갈 생각이 없던 엄빠를 대신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녀오셨다. 아이를 지원할 응원자가 둘씩이나 가까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OO이는 입학식에서 몇 시간 보내고 왔을 뿐인데 와서 낮잠을 꽤 오래 잔 모양이다. 

벌써 걱정이다. OO이의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  내일 학교 갔다 레슨까지... 가능할까?


2022/3/3

6:30에 일어나 1시간 걸려 등교, 수업, 서초동 레슨, 그리고 다시 1시간 걸려 집으로.

지하철 갈아타는 것도 낯선 일인데 이 모든 걸 다 '이런 것 쯤이야'란 태도로 해내고 집으로 왔다.

녹초가 돼서 뻗을 줄 알았던 아들이 집에 와서 샤워 후 연습을 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하이톤 목소리로 "안 힘들다" 말한다.

두 명의 친구와 인사를 했다는 OO. 학교가 너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있구나.


2022/3/4

애 스케줄 짜는 건 거의 3, 4차 방정식 수준.

학교, 레슨, 병원 뿐인데도 그러하다.

엄마인 나에게 매니저의 역할이 맡겨졌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2022/3/26

walking distance - 아들을 키우며 늘 고수해왔던 원칙. 학교든 학원이든 운동이든,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어야 한다.

중학교를 보내며 이 원칙이 깨졌다. 지하철로 1시간 걸려 등교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서초동까지 찍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14살 아이는 녹초가 되었다. 입학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1년은 족히 지낸듯 한 느낌적 느낌. 지난주에도, 이번주에도 입병이 여기저기 도졌다. 관악기를 하는 아이에게 입병은 치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입병이 잘 나는 체질이지만 입병 때문에 병원에 가본 적은 없는데, 하루라도 빨리 이 아이 입병이 낫게 하려면 병원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결국 우리는 이사를 간다.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버텨볼까 생각도 했지만, 집주인이 6월 계약 만료에 맞춰 자기가 들어오겠단다. 타의로 밀려나게 됐지만, 적절한 타이밍이다. 

학교 근처에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전세를 구했다. 처음으로 빌라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도 OO이가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게 될 터다. 지금 이 시기, 내가 좀 더 돈을 벌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가 계획하는 방향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다.


2022/3/28

학교 학부모 설명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인터뷰를 보여주는데, 칠순이 된 나이에도 바이올린과 함께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하루 11시간의 연습이라니... 자나깨나 바이올린만 생각한 사람이다. 

우리 아들은 '자나깨나 트럼펫 생각'과는 한참 먼 삶을 살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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