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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Aug 15. 2022

예중 1학기를 마치며 3

5-6월의 기록

작년 이맘때쯤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아들의 예중 입학.

지난 반 년의 기록 중 5-6월.



2022/5/1

향상음악회를 앞두고 마지막 반주 맞춘 날.

생각보다 잘 하는 것 같았다. OO이가 좀 덜 게으르고, 다른 데 쓰는 에너지를 조금만 더 줄인다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운 마음.


2022/5/24

OO이는 얼마만큼 음악에 진심일까?

음악회에서 졸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음악회에 다녀온 핑계로 트럼펫을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은 날. 


2022/6/8

학교 관현악 발표회. 

겉에서만 보던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첫 발을 들이는데... 똑같은 옷에 다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모든 남자아이들이 다 OO이처럼 보이는 착시가! 


2,3학년 관현악 전공 아이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이 새삼 중학생스럽지 않다고 느꼈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달려온 아이들이라 그런지, 음악에서도 프로페셔널리즘이 흘러나왔다. 어른의 무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흐트러짐이 없었다. 내가 음알못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독주, 혹은 협연하는 아이들에게서는 긴장감이 엿보이긴 했다. 피아노 협연자는 피아노 앞에서도 핫팩과 손수건을 손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긴장이 되겠는가. 오케스트라 반주도 없이 카덴차를 연주하는 것 자체가 대견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 아이들은 아이들인 게, 예쁘게 드레스를 차려입고 높은 구두를 신으니 혹여 드레스를 밟아 넘어질까 싶어 치마를 한껏 들어올리고 걷는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작년에 금호영재 콘서트에서 봤던 3학년 트럼펫터는 더 멋있어졌다. 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 선생님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우리 OO이는 저 무대 위에 서 보기는 할 수 있으려나... 일단 꿈이라도 꾸어본다. 

내 자식도 때때로 귀찮은 사람이라, 나는 남의 자식들에게까지 쏟을 에너지가 없다. 그런데 오늘 본 이 남의 자식들은 너무도 대견하고 이뻤다. 일찌감치 성숙한 모습에 짠한 마음도 함께 밀려왔다.


나오는 길.

수많은 군중 가운데 눈에 띄는 남자 아이가 하나 있었으니, 정동원이었다. 연예인은 마스크에 가려져도 빛이 나는구나. ^^ 


2022/6/24

이삿날.

OO이가 지하철 타고 등교해서는, 걸어서 하교를 했다. 

나와 남편의 출근길은 좀 더 복잡해질 예정. 


2022/6/30

OO이의 실기시험 날.

오늘도 OO이는 무대에서 긴장을 한다.

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 떨린다. 떨려도 말은 하지만, 트럼펫은 아예 소리가 나지 않는 게 문제다. 아들에게는 나보다 더 높은 정신 수양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OO이를 다그칠 수가 없다.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어찌 도와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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