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음악 여행기(3): Liszt의 나라 헝가리
12시간여의 비행 후 녹초가 된 나와 달리 아들은 쌩쌩하다. 비행기 안에서 영화도 보지 않고 주구장창 잠만 잔 덕분인지,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번쩍번쩍 잘도 내린다. 내 키와 몸무게를 훌쩍 넘긴지 벌써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불현듯 이 아이에게서 '남자'의 향기를 느낀다. 힘들 때 10%쯤은 기대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퐁퐁 솟는다.
부다페스트의 관문... 국제공항이라는데 다소 아담하다. 우리의 김포공항 정도 사이즈와 분위기. 그런데 그 이름이 "Budapest Ferenc Liszt International Airport"다. 헝가리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음악가 그 '리스트.' 우리에겐 임윤찬의 연주로 널리 알려진 '초절기교 연습곡'의 작곡가 말이다. 공항에 음악가 이름을 붙이는 국민들이라니, 너무도 낭만적이다. 찾아보니, 본래 공항이 다른 이름을 갖고 탄생했으나 2011년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개명을 했다고 한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시베리아 기단을 타고 방금 내려온 듯한 공기가 폐로 훅 들어온다. 서울의 위도가 37도, 부다페스트 위도 47도. 위도 10도만큼의 차이를 피부로 금세 느낄 수 있다. 다행히 지난 여름 말 한 마디로 우리를 혹하게 했던 후배 부부가 마중을 나왔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밤중처럼 어둠에 푹 잠긴 외곽을 빠져나와 서둘러 동유럽 야경 성지로 간다.
후배 가족 덕분에 시리게 선명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한껏 즐겼다. 여기에 더해 헝가리 전통 음식점에서 맛난 음식까지.... 그런데 졸음이 쏟아진다. 비행기에서 내내 잠을 잔 아들은 밥을 먹으며 꾸벅꾸벅 졸기까지.
낮의 부다페스트 얼굴을 내일 다시 만나기 위해 서둘러 호텔로 총총총.
Budapest Ferenc Liszt International Air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