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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hwa Mar 28. 2023

만지고 싶은 기분

수산리에 가고 싶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의 절반은 브런치 이웃이자 글쓰기 선생님인 편성준 작가님이 브런치에서 소개해 주는 책들이다. 가끔은 연극이나 영화 · 뮤지컬도 추천해 주시는데 감성 코드와 결이 맞아서인지 편쌤이 추천하는 공연 역시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어제 읽었던 요조의 《만지고 싶은 기분》도 편쌤이 추천해 주신 산문집인데 3~4시간 동안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위를 걷고 온 기분이다. 요조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한 스님께 사주를 보았는데, 나중에 가시 많은 장미가 될 거라고 했단다. 요조는 장미보다 가시가 많다는 그 말이 그렇게나 좋았다고. 음, 이때부터 요조는 4차원이었군.  

   

  산문집 중간에 깻잎 이야기가 나온다. 요조는 나이 들어서도 깻잎의 향과 꺼끌 거림 때문에 깻잎을 싫어했는데, 깻잎 절임은 좋아했다고. 열 손가락과 두 개의 손을 가진 인간이 혼자서 젓가락으로 깻잎을 들어 올리지 못할 때, 옆에 있는 다른 누군가 거들고 그래도 안 될 때는 요조까지 나서서 그 깻잎 한 장을 떼는 게 참 좋았다고. 뭐래?     


  요조가 20대 후반 병원에 입원했던 어느 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할 때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요조보다 한참 나이를 더 먹은 40대 중후반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 무한 긍정형 인간인 나도 사람들이 짠하고 애틋해서 그들 앞에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삶의 무게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불쌍했다. 모든 인간들이...     


  이화여대 패션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졸업전시회를 하는 곳에 요조가 초대를 받았는데, 그는 모델과 그들이 벗어 놓은 옷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아, 나는 아담과 이브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이가 들수록 주름지고 쳐지는 피부와 두꺼워지는 베둘레햄 탓에 가끔은 내 몸이 부끄러울 지경이니 말이다.     


  요조가 자주 가서 글을 쓰던 카페가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카페의 주인장은 평소에는 다양한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주다가도 저녁 6시만 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세상의 모든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어 놓는단다. 그 덕에 요조도 해 질 무렵 6시만 되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니, 당분간 나도 6시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주 책방무사(이미지 출처-투덜이의 리얼 블로그)


  요조는 서울과 제주도 두 곳에서 서점을 운영 중인데, 제주 성산일출봉 근처 수산리라는 마을 수산초등학교 앞 작은 점빵을 고쳐 책방무사에서 책을 판다. 올 가을 제주도에 가면 책방무사에 들러 구경도 하고 맘에 드는 책도 한 권 골라 오고 싶다. 내가 가는 날 마침 요조 작가를 볼 수 있다면 더 좋고!




커버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만지고 싶은 기분/요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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