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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hwa Aug 24. 2024

세 친구의 동유럽 여름휴가

올드카 타고 프라하를 달려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3년 전부터 우리 넷은 동유럽을 가보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도 즐겁지만 다들 아시지 않나? 다 자란 성인 자녀들은 지 여친 남친과 여행 가고 싶어 하고 우리 남편은 골프여행이나 낚시여행은 좋아하는데 유럽의 성과 박물관 보느라 두 시간 걸으면 벌써 숙소로 가고 싶어 한다. 친한 여자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이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이유는 100가지쯤 말해도 모자라다!

  매달 10만 원씩을 모았더니 여행경비가 충분하게 모였고 8월에 동유럽(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으로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갑작스럽게도 M은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여행을 포기해야 했지만 우리 셋은 강행하기로 해서 셋이서 방 2개를 쓰면서 서로 돌아가며 싱글룸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친구랑 밤새 수다 떨며 여행이야기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나름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 주니말이다.


  헝가리의 예술도시인 센텐드레와 부다페스트의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 성이슈트반 성당과 마차시 성당은 낮에도 밤에도 멋진 곳이라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젊은 연인들도 많았다. H는 이런저런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는데, 사진 찍히는 건 좋아하지만 사진 촬영기술은 영 없는 나로서는 고맙고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본인 캐리어도 무거울 텐데 내가 무거운 걸 들면 팔이 붓는 사람이라며 계단이 나올 때는 내 캐리어를 먼저 옮겨주는 고마운 친구, 이러니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을 지는 부다페스트(왼쪽은 세체니 다리)

  어쩌다 부다페스트 야경을 찍으면서 엽서 같은 사진도 한 장 얻어걸렸다. 어부의 요새에서 건너편 시가지를 바라보면서 나는 오래전에 보았던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피아노를 치던 남주의 옆모습이며 애수에 찬 사랑스러운 여주의 이미지며 부다페스트는 나에게 글루미선데이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한 우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보러 갈 생각에 들떠있었다. 벨베데레 궁전 안에 전시된 클림트의 그림들을 보며 벅찬 감동으로 흥분되더라~

벨베데레 궁전(전망 좋은이란 뜻이라고)

그림도 좋았지만 벨베데레 궁전 이렇게나 아름다울 일인가? 멋진 정원이 딸린 궁전이 많은 유럽, 이럴 때는 살짝 부럽고 시샘이 들기도 한다.

  


  

클림트의 <키스>와 <유디트>도 좋지만 나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아델 숙모의 초상화가 더 좋았다. 이날 우연의 일치인지 나도 검은 원피스를 입고 볼레로 재킷을 걸쳤는데... 아델 숙모는 우아하고 당당하며 멋졌다!



  






슈테판 대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쇤부른 궁전을 보고 소설 <장미의 이름>의 배경지인 멜크수도원으로 향했다. 바로크 양식 건축물의 극치인 멜크수도원은 지금은 남녀공학 기숙학교로 쓰이는 중이다. 마침 가는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주일 오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미사를 보러 와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도시인 잘츠부르크로 넘어가서 미라벨 정원을 보고 모차르트 생가를 둘러보며 비엔나에서 가게 될 음악회를 상상하면서 지친 다리를 위로했다. (요즘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 둘 다 하다 보니 가끔은 브런치에서 블로그처럼 사진만 투척하고 반면 네이버에서는 브런치 수필 에세이를 장황하게 쓰고 있다는...) 비엔나의 게른트너 거리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번화가인데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건물들이 넘 예스럽고 멋져서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자연풍광도 좋아하지만 인간이 만든 이런 멋진 건축물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비엔나의 게른트너 거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스와로브스키 본점이 있는데, 여기서 이쁜 귀걸이 하나씩 사고 선물로 목걸이 받고 택스리펀드까지 받아서 기분이 하늘로 마구 올라가는 중이다. 여행 중에 이쁜 거 하나씩 사줘야 또 여행의 즐거움이 두배로 커지는 법!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두 호반도시 할슈타트와 잘츠카머구트는 여름휴가철에 와서 머물다가고싶은 세컨드하우스가 여기 있어도 좋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어여쁜 곳이다.




잘츠카머구트의 공원묘지





심지어 묘지도 예뻐서 나중에 여기 묻혀도 좋을 것만 같은 잘츠카머구트의 마을 공원묘지다~








아쉬움을 안고 체코로 떠났다. 웬걸 체스키크룸로프는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인데 망토다리며 다양한 상점이 있는 중세풍의 라트란 거리와 슬픈 전설이 얽힌 이발사 다리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있는 스보르노스티 광장, 체스키크룸로프의 성과 멋진 시청사. 이번 여행지중 가장 아름다운 곳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체스키크룸로프 여기다.


체스키크룸로프

  


  내가 찍었는데 이건 엽서다. 어쩌다 걸린 사진인데 다녀와서 포토북을 스냅스로 만들 때 이 사진을 커버 사진으로 정했다. 지붕들과 하늘 마을을 지나는 개천이 다했다.




  프라하로 이동해서 프라하 성과 카를교 자유의 상징인 존 레넌 벽을 보러 갔다. 그 벽화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리 셋 이름도 써넣고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존 레넌과 다른 멤버들을 생각했다. (우리 다시 올 수 있는 거지?)

  



올드카를 타고 프라하 시내를 누비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여행을 떠나요> 노래를 신나게 부르면서 프라하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레트나 공원으로 갔다. 친구들아 우리 10년 후쯤 다시 여기 오게 된다면 그날은 오후 한나절 돗자리와 피크닉 가방을 들고 와서 잔디 위에 누워서 샌드위치랑 과일에 와인도 마시면서 여유 부리며 힐링하자!




  카프카의 생가가 있는 황금소로를 걸어오면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생각하며, 3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여기까지 함께 온 나의 소중한 친구들 D와 H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약간은 울컥했다. 저질체력인 나를 늘 케어하며 수백 장의 사진을 기꺼이 찍은 H, 우리 여행기간 동안 총무를 맡아하며 우리에게 맛있는 커피와 간식을 제공해 준 D - 함께 9일간 여행을 하면서 내년엔 한 달 살기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첫 한 달 살기는 포르투로 할까? 아니면 피렌체로 갈까? 벌써 다음을 기약하며 설렘과 두근거림에 오늘도 행복하다, 너희 같은 좋은 친구를 두어 감사하다! 고마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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