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
넷플릭스에서 추천하는 콘텐츠라서 저녁 먹고 난 후 느긋하게 영화 한 편을 감상했다. 임시완과 천우희가 주연이니 실망하지 않겠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두 시간을 몰입해서 즐겼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그로 인해 겪는 끔찍한 사고들 때문에 섬뜩하고 모골이 송연해졌다. 특히나 임시완의 빌런 연기는 자연스러워서 그 캐릭터에 녹아들기가 더 수월했다.
인스타에서 팔로우하는 박호산 배우가 천우희의 아버지 역으로 나와서 더 반갑기도 했고.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손에 쥐고 사는 현대인들이 태반인데(나도 포함해서), 거의 모든 개인 정보가 이 작은 기기 안에 다 들어있는데 만약 잃어버려서 내가 범인의 표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브런치 이웃님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가 아키라가 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찾아보니 처음 원제는 [패스워드]였고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에 당선되며, 시가 아키라는 일본 추리 소설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이다. 1986년 후지 TV 자회사인 닛폰 방송에 입사해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개발국장을 맡고 있다.
일본에서는 키타가와 게이코 주연의 영화로 개봉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내용을 상당히 각색해서 임시완이 주연을 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주는 이야기의 섬세함과 결말 부분의 반전이 뜻밖이라서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이 소설은 A, B, C 세 개의 시점으로 구분해서 진행되는데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 잃어버린 스마트폰 당사자의 여친, 사체유기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어 읽는 동안 내가 이나바 아사미가 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려면 주의해야 할 게 한 가지 있는데, 3~4시간 정도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일 때 이 책의 첫 장을 열기 시작할 것. 그렇지 않으면 밤을 새 버려서 다음날 출근이나 등교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