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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Sep 20. 2023

퇴근길 일기(2023.9.20)

1. 출근할 때도, 점심시간에도, 퇴근을 하는 지금도 비가 온다. 무릎 위로 올라오는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가 시리다.


적당한 양으로 비가 온다고 느껴져서, 유튜브에 접속해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를 찾았다. 하기 싫은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한 유인책을 찾은 셈이다. 교무실에 붙어 있는 골방 같은 곳에 들어가, 에어팟을 끼고 선택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수업 준비를 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수업 준비도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금세 할만한 적당한 활동이 생각나곤 한다. 결론은 학습지를 3장이나 만든 뿌듯한 날이다.


2. 여섯 해째 담임을 하고 있는데, 이번주 월요일에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올 거란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 언제 오는진 알지 못했어서, 어제는 이번주 금요일에 있을 외부 활동이 조금 걱정되었다. 남학생 반장과 그 친구들에게 데리고 오라고 부탁해야 하나 싶었다.


전학생에게도 나에게도 다행스럽게, 다음 주 월요일에 온다고 한다. 오늘 나는 우리 반 사회 수업을 5분 일찍 끝냈다. 금요일에 있을 외부 활동 장소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고, 시간이 남아 아이들이 소문을 들었는지 궁금해하던 전학생 이야기를 드디어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어느 자리에 앉는 게 전학생에게 좋을지 물었다. 앞 쪽에 앉히려 했는데, 중앙 가장 뒷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전학생이 교실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중앙 가장 뒷자리로 정했다.


"첫날 점심은 데려가서 같이 먹어야 되는데"라고 하니 여학생 반장이 자기가 하겠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전학생은 남학생이다. 남학생 반장과 여학생 반장, 전학생이 함께 먹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무쪼록 전학생이 귀여운 우리 반에 잘 적응하길 오늘부터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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