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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an 08. 2021

마흔 장의 손수건

2020. 02. 07(금)

질식분만을 하다가 항문이 찢어지기도 하다니! 맘 카페에서 출산 후기글을 읽고 충격에 휩싸인 밤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요즘 안 좋은 기분이 들 때는 집안 곳곳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있다.



아기 가재 수건을 준비해둬야 하는데, 어떤 가재 수건을 살 지 고민에 빠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가재 수건의 패턴과 사이즈, 소재의 차이가 다양해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아기가 쓰는 거니까 소재도 좋아야 하고, 게다가 얼마나 다양한 프린트가 있던지... 아기의 몸을 닦아주는 용도 외에도 턱받이로 쓰거나 간절기에 목에 둘러주는 스카프 용도로도 쓰인다고 해서 더 예쁜 걸 찾게 되더라. 거기에 구매후기까지 챙겨봤더니... 결국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웠다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래도 드디어 오늘, 최종 리스트를 뽑았다. 길었던 고민으로부터 해방이다!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다들 출산 준비 중에 가재 수건을 삼사십 장씩 산다더라. 아기들이 그만큼 침을 많이 흘리는 걸까... 대체 어째서 아기 손수건이 이만큼이나 필요한지, 아기를 길러본 경험이 없으니 통 모르겠다. 내 물건 사는 일엔 결정이 빠른데, 마꼬가 쓸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니 몇 번이고 들여다보게 된다.

결제를 마쳤으니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세탁기로 세탁 세 번, 건조기 송풍 후에 구김 방지 한 번. 이게 요즘 모두가 쓰는 가재 수건 세탁 공식인 모양이더라. 마꼬를 위한 거니까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고민 없이 따라 하게 된다. 손빨래가 유행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쨌거나 출산 준비로 해야 할 일이 하나 덜어졌다.



정월대보름이라고 시가에서 보내주신 택배를 받았다. 땅콩이랑 호두, 튀각 등 이것저것 싸주셨는데 택배 상자 안에 과즐이 있더라. 안 그래도 요즘 제주도로 여행 갔던 때가 생각나 과즐이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아셨을까!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앞으로도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가득일 텐데... 계속해나가다 보면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는 요령도 생기고 주관도 생기겠지. 온종일 아기를 위한 시간을 보냈으니 남은 하루는 먹고 싶었던 과즐을 먹는데 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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