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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 Nov 09. 2023

Intro. 경영학도 디자이너

디자이너, 눈을 굴리다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다.” 디자인에 욕심이 있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한 번쯤 들어 볼 꾸중이다. 


스무 살에 디자인 에이전시 UXD팀에 디자이너로 합류한 나는, 오래도록 헷갈려했다. 특별한 디자인을 구성하고 싶어했고,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몇 백장의 리서치를 진행했다. 관련 키워드의 Behace 작품들이 모두 눈에 익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결과물은 처참했다. 1년 반이 지나 해당 회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 까지도 나는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는 도구라 여겼다.



 22살에 가까워졌을 때 마침내 인정했다. 디자이너는 고객을 고려해야 한다. 고객이 원한다면 자신의 욕심을 내려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님을 인정 하고 나니 역할에 대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디자이너가 정말로 창작자인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제품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맡았던 프로젝트를 천천히 되새김질 했다. 내가 찾은 답은 컨셉이었다. 

제품의 창의성은 컨셉으로부터 온다.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기획자가 창작자인가?



나는 창작을 하고 싶어했다. 뻔한 문장을 색다른 비유를 통해 감정을 건드는 소설가처럼,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디자이너”는 기획안을 가지고 제품을 단정하게 가시화하는 역할이었다. 현재 나와있는 대부분의 제품에는 통용된 디자인이 있고, 틀을 과도하게 벗어나면 안된다는 암묵적 규율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싶은 나는 기획자를 목표로 하는게 맞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마침 대학을 고민하고 있던 나는 경영학과에 지원했다. 디자인 회사를 차리고 싶었던 언젠가의 꿈 그리고 디자인이 아닌 색다른걸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더해져서 말이다.






지금은 26(24)살이 되었다.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며 복수로 광고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를 융합 전공 하고 있다. 전혀 다르면서도 관계된 지식들을 만나고, 배경 지식이 판이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사고가 넓어졌음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위의 생각들에 여러가지 오류가 있음을 안다. 오늘 나름대로 도출한 생각들도 곧 변화할 것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문득 이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굴릴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는 눈(雪)처럼 눈(目)을 돌리니 바라 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디자이너, 눈을 굴리다“는 해답이 아닌 과정의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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