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 work is internal and ongoing ─
「첫 번째 읽기, 일기 공유」에서 나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장을 읽고 남은 생각과 감정의 잔상 그리고 의식의 움직임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은 영어로 쓰였기 때문에 나의 주관적 해석이 섞일 수도, 번역 자체가 어긋났을 수도 있다. 단지 중요한 것은, 이 읽기라는 시도를 통해 스스로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서점에서 흔히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만,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In this part memoir, part zine, part “how-to,” and part oral history, ⋯ "
회고록이자, 방법론이자, 구술사라고.
이 정의는 해당 책이 단일한 해답이나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오히려 누군가의 경험에서 축적된 태도의 기록을 기대하게 만든다.
책이 반복해서 들여다보는 태도는 ‘실패’를 대하는 방식이다. 책은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을 다룬다. 실패의 두려움, 자기 의심, 부정적 피드백, 방향을 잃는 순간들. 우리가 흔히 장애물로 여기는 '실패를' 창작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는 요소로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How to Fail Successfully(성공적으로 실패하는 법)이며, 부제목은 다음과 같다
Finding Your Creative Potential Through Mistakes and Challenges.
─ 실수와 도전을 통해 창의적 잠재력을 발견하는 방법.
본격적인 챕터가 시작되기 전, 약 15페이지 분량의 글만을 읽은 현재로서는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티브의 범위와 결론이 명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모호함 속에서 하나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당신은 무엇을 '실패'라 정의하는가.
실패는 언제나 도전의 결과일까?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에 실패가 나타날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누워 하늘만 바라보는 순간에도 실패가 발생할까.
책 속의 문장 하나가 이 의문을 더욱 복잡하게 흩트렸다.
"The real work is internal and ongoing.
External validation won’t cement your successes or quell your failures."
진짜 작업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며, 계속 진행된다.
외부의 인정은 당신의 성공을 굳혀주지도, 실패를 잠재워주지도 않는다.
실패라는 개념이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상태나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어디로부터 인가. 성과? 주변의 인정? 아니면 스스로의 납득?
이렇게까지 생각하다 보니 모든 것이 지나치게 두루뭉술해졌다. 다시 책의 초점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남기는 과정"이라는 지점으로.
나는 언제 실패했다고 느끼는가.
그 감정은 단순히 결과에서 발생하는가, 아니면 작업 도중 이미 예감처럼 찾아오는가.
완성된 결과물을 내보인 후 반응이나 결과에 실망한 적은 분명 있다. 그때의 실망은 작품 그 자체에 대한 평가 때문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일까. 나는 나 자신을 작품에 과하게 투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느낀 실패는 작품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작업을 통해 확인받고 싶던 무언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방향성의 확신, 혹은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증명.
그렇다면 이 실패의 감정은, 내가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무언가와 분명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에 취약한지, 작업에 어떤 기대를 과도하게 싣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아직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 정도이지만, 적어도 지금 실패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읽기는 실패를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 실패를 통해 나를 읽는 법에 대한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