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안 Jul 10. 2023

신포 닭강정 꼭 먹어야 하는 날

안개비가 흩뿌린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친구를 만나러 고속도로에 올랐다. 비 오는 날 고속도로까지 타며 달려가는 곳. 인천 신포시장이다.      


나에겐 닭강정 메이트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줄곧 내 찐친을 담당해 온 그녀,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이름도 죽마고우 가끔 서로를 "마고우~"하고 부르면 내 얘기 좀 들어달라. 할 말이 있다. 나를 위로해라. 뭐 이런 뜻으로 부르고 알아듣곤 했다.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던 우리는 동인천에 있는 신포 닭강정을 종종 먹으러 갔더랬다. 중3 때부터였나. 전철을 타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주기적으로 갔다. 고등학교는 달랐지만 (그래서 가끔만 만날 수 있었기에 더 오래가는 사이가 된 거 같다.) 시험이 끝난 후나 방학 때 동인천 역에서 만나 닭강정 먹고 지하상가 쇼핑도 하고 그랬다. 결혼 후 둘 다 타 지역에 이사를 가서 살고 있는데 현재 우리의 거리는 차로 30분. 둘이 만나려면 한 명이 차 타고 달려서 30분이면 볼 수 있지만 각자의 집에서 차로 45분가량 걸리는 신포시장이 오늘 우리 만남의 장소이다. 번화가에, 맛집이 지천에 깔렸지만 우린 오늘 꼭 닭강정을 먹어야 했다.      


"마고우~" 

"응. 무슨 일 있어? 우리 오랜만에 브런치 어때?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 있는데 거기서 볼까?"

"........"


전경이 좋은 브런치카페도 시큰둥, 감칠맛 나는 한식 한상도 시큰둥, 분위기 좋은 이태리레스토랑도 시큰둥. "닭강정 먹으러 갈래?"라는 말에 오. 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유레카라도 외칠 분위기로 친구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그 반응이 웃겨서 같이 큭큭 웃었다. 이거였구먼!      

 

친구는 그 동네에서, 나는 우리 동네에서. 부지런을 떨어 신포 닭강정 홀 1등 손님으로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이모 닭강정 대자 주세요." 닭다리부터 집어든다. 달고 맵고 끈적한 소스를 버무린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닭다리 살이 쫄깃쫄깃하다. 자극적이다. 꽤 매콤해서 콧물이 계속 난다. 양배추에 케첩, 마요네즈 소스를 대충 버무려 아삭아삭 곁들여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지고 그럼 다시 포크로 닭강정을 집어든다. 다시 시작이다. 김혜자 선생님이 되어본다. “그래. 이 맛이야.” 아는 맛이 무섭다고 우린 매콤 달콤한 닭강정을 냠냠 맛있게도 먹었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돼. 양념치킨으로 대체할 수도, 포장해서 집에서 먹어도 홀에서 먹는 이 맛을 대체할 수 없어." 라며 오늘의 메뉴선정에 엄지 척했다.      


묻은 양념을 닦아내느라 다 지워진 입술에 황급히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어느새 포장줄이 길에 늘어서 있다. 먼저 맛본 자의 여유를 부리며 배는 부르지만 커피를 마시러 간다. 바로 옆 메가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한 모금 쭉 마신다. 기분 좋은 '브런치'였다.      


 맵고 기름진 닭강정은 자극적이라 한동안은 생각나지 않을 거 같지만 우린 또 여기서 만날 거 같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니까ㅎㅎ)


"마고우야. 맛있는 거 먹고 기분이 나아지면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마음이 즐거우면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복잡해도 차 막혀도 너랑 같이 닭강정 먹으러 신포시장으로 또 갈게. "


 신포시장 닭강정을 먹으면 우린 이만큼 컸는데 그 맛이 그대로라 그런가 한창 자랄 때의 우리가 생각난다. 그 시간을 같이 지내온 사람의 자격으로 친구를 위로해 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사진출처 : https://www.korearank.com/tour/tour_detail.php?uid=54910




작가의 이전글 유영하는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