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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Jul 05. 2023

유영하는 즐거움

10살 딸아이가 학교에서 나흘 연속 근처 어린이 수영장으로 생존수영 강습을 듣고 왔다.


"생존수영 수업 어땠어? 재미있었어?"

"응. 처음에 옷 벗는 건 부끄러웠는데 재밌어. 친구들이랑 하는 거라 재밌어."


수영장을 10개월 가까이 다니다 최근 잠깐 쉬기로 한 딸아이라 수영장이 낯설거나 물에 들어가는 걸 겁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외인 것은 근 3개월을 수영 다니기 싫다고 싫다고 떼를 써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수영이 재밌다고 대답한 것이다.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분위기에서 갖는 수영강습 시간이 흥미로웠나 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학교 근처에 실내 수영장이 생겼다. 학교를 나오다 수영장 홍보물과 함께 자유수영 두 시간 체험권을 받아 들고 동네 친구랑 시간을 맞춰 자유 수영을 갔다. 우린 꽤나 들떠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그날 야외풀장에서 쓰던 꽃무늬 수영모가 아닌 실내용 수영모를 처음 써봤는데 머리에 쫙 달라붙는 수영모를 서로 씌워주고 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모자가 좀 작았던지 둘 다 눈이 화난 듯 올라붙었는데 친구의 올라간 눈을 내려주면서 웃음이 터져 배를 잡고 웃었다. 평일이라 자유수영하는 아이들이 몇 없었고 친구랑 나는 물속에 풍덩 들어가고 물 안에서 눈을 맞추고 코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활기차게 수영장을 누볐다. 자유수영이라 영법도 배우지 않고 그냥 놀았다. 호흡하는 법도 몰라서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발차기하며 한숨에 도착했다. 실내 수영장은 처음이었지만 우린 어설프게나마 팔과 다리를 움직여 '유영'했다. 가족들과 계곡에서 바다에서 놀았던 경험이 있기에 물이 무섭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체득된 물장구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그날 친구와의 실내 수영장 자유수영 놀이는 아주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난 바다를 참 좋아한다. 겨울 바다 아니고 여름바다. 뜨거운 여름에 튜브를 타고 동동 떠다니며 받는 햇살이 좋다. 바다는 반짝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파도는 넘실거리고 구름은 아름답다. 커다란 튜브에 몸을 맡기고 뽀송한 뜨거움에 살이 익는 기분이 좋다. 긴 팔 래시가드에 얼굴과 목까지 가려주는 커다란 물놀이 전용 썬햇을 쓰고 바다를 유영하는 즐거움. 떠올려보건대 정말 행복하다. 매 년 휴가 일정을 바다로 가서 아이들과 꼭 함께 물놀이한다. 어른용 커다란 튜브에 몸을 맡기고 동해에서, 남해에서 뜨거운 태양과 바다를 즐긴다.






아이는 남은 생존수영 강습을 마친 후, 이 강습을 통해 물공포증을 이겨낸 한 친구와 다시 수영을 다닐 거라고 했다. (아이의 체력을 키워주려고 시작한 수영인데 여름엔 물놀이 기회가 종종 있고 학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들이 다닐 참으로 잠시 수영강습을 쉬었다.) 2학기엔 친구와 마음이 맞아 잘 다녔으면 좋겠다. 사실 근 3개월 정도 아이가 수영을 다니기 싫어한 이유는 내 탓도 있을 터. 10개월이나 다녔는데 왜 아직도 1 레일인지 궁금했고 (수영 실력이 늘수록 옆 레일로 이동한다.) 뒤에 따라오는 친구가 앞지른다는 아이에게 좀 더 물장구를 세게 쳐서 쭉쭉 나가보라고 채근했더랬다. 이제 생각해 보니 미안하다. 말로는 체력 키우려고 다니는 거라고 해놓고 내심 수영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체크하고 있었구나. 아이가 수영을 배우고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정도만 시키려고 했던 초심을 생각해 본다. 워낙 체력이 약하고 물을 무서워해서 그거 극복하라고 보낸 건데 엄마의 욕심이 자꾸만 커졌던 거 같다.



딸아이가 수영실력이 느는 만큼 물에서 유영하는 즐거움도 같이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거처럼 친구와 함께하는 행복한 물놀이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여름엔 함께 여름 바다를 둥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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