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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Jul 04. 2023

그래서 씁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과 마음과 느낌을 꺼내 표현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내가 숨 쉬고 존재하며 겪었던 사건을 들여다보고 그 시간들을 면밀히 짚어본다. 조금은 현명한 타인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글을 쓸 때 나는 그때의 나에게 수고했노라고 토닥여줄 수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치유받는다고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은유 작가님은 글쓰기는 감응하는 것이라 했다. 감응이란 삶을 감동하여 느끼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글 쓰는 사람들을 ‘삶의 옹호자’라 칭했다.    


감응한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 단어를 알고는 있었던가 싶을만큼 생소하고 신선했다. 물론 알고 이해하긴 한다만 내 입으로 말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단어였다. 글쓰기를 시작하리라 마음먹은 이후부터 감응하려고 애를 썼다. 마음을 먹는 일만으로도 내 시선은 달라졌고 주변이 궁금했다. 그러나 나는 글 쓰지 못했다. 내 생각과 느낌이 말로 늘여지는 동안 조악한 내 표현들이 부끄러웠다. 나의 넋두리가 재미없고 반성투성이라 자꾸 지우고 싶었고 타이핑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또한 알고 있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는 게 없다는 걸.  


글쓰기를 바다에 비유해 보자면 나는 얕은 바다에서 참방거리는 어린 아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복잡한 마음을 풀어낼 표현이 부족하고 용기도 내야 한다. 노력하는 수고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쏟아보는 일. 고작 시작에 머문 내가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건 언감생심이란 걸 잘 안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나를 먼저 안아주고 싶다. 내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순간의 느껴진 마음을 꼼꼼히 써 내려가며 내가 살아온 날들을 더 사랑해주고 싶다. 그럴 때 나는 내 삶의 옹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어쨌든 저 깊은 바다로 가는 길도 해안가 얕은 바다에서 시작하지 않던가. 감히 두려우리만큼 거대한 심해와 대자연을 논할 수 없지만 얕은 바다에서 내가 느끼는 즐거움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깊은 바다로 향해 가는 여정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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