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먹방이라는 것이 조금씩 유행하던 시절, 남이 먹는 걸 왜 보나 했다. 남이 먹는 걸 본다고 내 배가 부른 게 아닌데, 먹방을 봄으로 어떤 유익이 있는지 전혀 공감이 안 됐기에 했던 말이다. 하지만 먹방 유튜버들이 여전히 넘쳐나고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더 이상 새롭게느껴지지 않는시대, 여가시간에 유튜브를 아주 잘 활용하는 요즘 사람답게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먹방쇼츠를 가끔 보곤 한다. 유튜버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음식의 식감이 어떤지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음식을 탐하지만 다 먹어치울 수 있는 배도 없을뿐더러 먹는 것에 그렇게까지 공들이지 못하지만 남이 대신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는 걸로 내면의 식탐이 잠시 충족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런 생각전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본능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맛깔스러운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손가락도 가만있지 않는다. 몇 초 보고 다음 영상으로 휙 넘겨버린다. 쇼츠를 보는 눈과 귀와 손은 정말이지 본능에 아주 충실하다.
본능에 충실한 내 눈과, 귀, 손가락이 요즘은 살림쇼츠에서 멈칫한다. 의도해서 찾아본 것은 아닌데추천 영상이 자꾸 뜨는 걸 보면 내 눈과 귀가 머물렀음을반증한다. 나긋한 목소리로 내레이션 하며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 목소리의 유튜브나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을 거 같은 정리 유튜브가 그것들이다.
그들은 다소 나와 닮아있다.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모습,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오늘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모습, 기지개를 켜며 다시 사기를 충전하는 모습에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들은 때론 나를 자극한다. 매일 다이어리를 쓰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 아이에게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노력하는 모습, 식구들보다 일찍 일어나 집안을 돌보는 모습. 더 좋은 엄마가, 나은 내가 되고 싶게 자극한다.
기분 좋은 음악과 따뜻한 영상미로 일상을 엿보게 해주는 살림튜브,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살림튜브의 주방정리 루틴, 청소루틴, 수납꿀팁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느냐?그렇지 못한 나다. 입력하는 대로 나와주면 그건 내가 아니라 로봇일 테니.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유튜브 쇼츠는 말 그대로 짧게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가끔은 공유하고 싶거나 또 보고 싶은 영상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얼른 공유해놓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영상의 어떤 부분을 기억하려고 했는지 잊을 뿐 아니라 잡다한 메모장으로 쓰이는 채팅창에서 영상을 굳이 한 번 더 돌려 보진 않게 된다.
본능에 충실하게 먹방 보듯 살림튜브로 대리만족하는 정도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눈으로 보기 전의 나와 그다음의 나는 같을 수 없으니까. 따라 할 수 있을 만큼만 몸이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