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내 자투리

by 지혜안

홈카페장 아랫칸에 마련해 둔 뜨개존, 소재도 색상도 제각각인 어설프게 남은 실들이 한아름이다. 겨울에 목도리 뜨고 남은 실, 여름에 모자 뜨고 남은 실, 아이가 쓸 가방을 뜨고 남은 실. 모자라는 거보단 남는 게 나으니까 넉넉하게 구매했던 실. 이런저런 이유로 남은 자투리 실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



이 타이밍에 빠지면 섭섭한 멘트를 하며 자투리 실들을 꺼내본다. 아까워 버릴 수도 없고 양이 적어 누구에게 줄 수도 없어 결국은 뭐라도 만들어 활용해야 정리되는 자투리실들. 남을 땐 마구 처박아두었는데 정리는 수작업을 동반해야 해서 시간이 꽤나 걸릴 거 같다. 틈날 때마다 떠야지 라며 휴대용 꾸러미를 챙겼다.






하찮아서 더 귀여운 꽃잎을 뜨고 연두색 실로 잎사귀를 만들었다. 강력본드까지 동원해 네오디뮴 자석을 붙였더니 그럴듯한 아이템이 되었다. 거실에서 잡동사니를 담당하는 철제 트롤리에 무심하게 툭 붙여주고 현관에도 착.

곳곳에서 활약중인 꽃 마그넷



퐁신퐁신 수면실은 딸 열매의 책상 위에서 귀여운 고양이 피규어들의 잔디 정원이 되었고,

하얀 모티브 가방 만들기에 실패한 모티브 자투리는 캔들과 조명의 받침으로 쓸모가 변경되었다.

작은 티코스터와 더 작은 고양이들


가방이 될 뻔한 모티브 코스터



자투리가 집안 곳곳에서 제 몫을 했다.

포근하고 정겨운 뜨개감성이 집안 곳곳을 환하게 밝혀주니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것으로 꾸며진 귀여운 소품들이 쓸모있게 활용되니 뿌듯했다. 제 쓰임을 찾았을 때 자투리는 더 이상 나머지가 아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재료이다.






자투리에 대해 끄적여놓았던 글을 다듬어 발행하려고 작가의 서랍을 열었는데 여기에도 작고 소중한 내 자투리들이 모여있다. 모아 놓을 때는 금방 글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언젠가 사용할 수 있겠지라며 모아둔 자투리 실 뭉텅이처럼,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라며 모아둔 이야기들. 모아둔 것에 비해 다듬는 과정이 꽤나 오래 걸려 당황스럽기까지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쓰기와 수공예는 닮은 거 같다.




남은 실을 정리하려고 바늘을 쥐었다가 요즘 유행하는 실버백이 떠보고 싶어 은색실을 주문했다. 또 자투리가 생길 거 같다. 작가의 서랍을 정리하다 떠오르는 작은 아이디어를 놓칠세라 서랍에 담는다. 브런치 서랍에서도, 우리 집 바구니에서도 자투리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르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