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후기는 판매자를 춤추게 한다.
별 다섯 개를 향하여
바야흐로 쇼핑 플랫폼 전성시대, 소박한 내 취미도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고 고맙게도 작가(판매자)라는 부캐도 생겼다.
이틀 전 파우치를 배송받은 고객이 구매 후기를 남겼다. 자기가 생각했던 사이즈보다는 좀 작지만 너무 예쁘다고. 한 땀 한 땀 고맙다고 아주 소중한 후기를 보내주셨다. 후기에 답글을 썼다 지웠다 고민한다. 어떻게 말해야 후기를 남길 구매자에게 흡족한 답변이 되며 잠재 구매자들의 마음에도 들 수 있을까. 아이디어스는 핸드메이드를 파는 플랫폼이다 보니 상품을 골라 결재하고 배송받고 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구매자는 개인화, 차별화를 기대한다.
내 부케가 핸드메이드 작가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스에서 고작 물건 몇 개 팔아본 게 전부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 구매자의 편에 속한다. 때문에 구매자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말 안 해도 아주 잘 안다. 구매후기가 많을수록 인증된 상품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처럼 반대로 구매후기가 없는 물건에는 사람들의 손이 안 가기 마련이다. 다다익선, 구매후기는 많을수록 좋다. 단, 좋은 구매후기가 많아야 할 것이기에 구매자가 좋은 구매후기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매자로서의 나는 직접 만든 머리핀 한, 두 개를 더 넣고 '선물'이라고 칭한다. 글씨체가 예쁘지 않지만 천천히 써 내려간 손편지도 꼭 같이 보낸다. 요즘은 손편지처럼 보이는 각종 답례문구 스티커도 많지만 꼭 직접 손글씨를 써 보낸다. 손 편지는 고객들이 언급하는 감동포인트다. 핸드메이드 작품 특성상 포장에도 작가의 개성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습자지 같은 얇고 하얀 종이를 포장박스에 깔고 팬시한 스티커를 붙인 소포장지에 작품을 넣어 'handmade' 스티커를 붙인다. 때론 자투리 뜨개실로 둘러 예쁘게 리본을 묶을 때도 있다. 택배를 받았을 때의 설렘이 연결되게 하기 위해서다.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좋은 후기 부탁드려요.', '이것은 뇌물입니다.'등의 멘트가 왜 이리 어색할까. 그냥 뇌물보다는 선물이 좋을 거 같아서 그리 쓰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선물이라고 쓰고 '알아서' 뇌물로 받아줬으면 하는 까만 마음 판매자이다.
후기를 남겨준 구매자에게는 간드러질지언정 이름 내지 닉네임도 불러본다. "OO님! 파우치가 마음에 드셨다니 참 다행이에요. 쓸수록 정감 가는 물건이 되길 바라요. 행복한 날 되세요!" 라며 세상 친절하고 스위트한 멘트를 덧붙인다. 후기에 대한 답글은 후기를 써 준 구매자에 대한 나의 진심이고 또 다음 잠재 구매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좋은 구실이다.
지난 연말, 이틀 안에 파우치 열 개를 만들어줄 수 있냐는 구매자의 문의를 받았다. 모임 날짜에 맞추어 배송받아 모임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판매자 챗을 걸어온 고객. 미리 작업해 둔 게 몇 개 있어서 호기롭게 그러겠노라 답했다. 이틀 열심히 손공장(?) 돌려서 열개를 보내야지 마음먹고 열심히 만들었다. 실을 갖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만들었다. 하나하나 포장을 하고 손편지도 써서 종이 포장지에 담고 박스에 담고 '선물'도 챙기고 스티커도 붙였다. 택배 발송 시간만 맞추면 된다는 마음에 열심히 작업하고 택배를 붙이러 편의점에 달려갔는데 이를 어쩌나. 그날따라 편의점 택배기사가 20분 차이로 택배를 수거해 갔다는 것이다. 오후 6시에 수거를 해가는데 그날따라 기사님이 택배를 조금 서둘러 수거해 가셨고 모임 날짜 전에 맞추어 발송하겠노라고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택배 발송 시간을 맞추려고 이를 딱딱 부딪히며 타임스톱이라도 외치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갔는데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체국도 문을 닫았고 궁여지책으로 근처 다른 편의점에 택배수거가 오후 8시라고 해서 그곳에 택배를 부치고 돌아와야 했다. 다음날, 나는 죄송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구매자에게 채팅을 보냈다. 최선을 다해 작업했으나 나의 불찰로 고객님이 원하는 날짜에 배송이 어려울 거 같다. 하루 늦어질 거 같아 매우 죄송하다고. 운이 좋았던 걸까. 나의 구매자는 매우 친절했다.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자신이 무리한 부탁을 한 거 같다며 다독여줬다. 열 개 구매한 구매자는 구매후기를 남기지 않았다. 참 다행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의 실수를 용납해 준 것은, 그간 둘 사이에 있던 텍스트의 힘이 없지 않은 거 같다. 오가는 메시지 속에 미소가 있었고 진정성 있는 사과로 미리 노여움을 풀게 한 것 아닐까 싶다. 아무 언질 없이 택배를 늦게 받고 생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 나는 별 반개짜리 구매후기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의 힘은 대단하다. 누적되고 박제(?)된다. 수년 전에 올려놓은 상품도 계속 판매할 수 있듯이 수년 전에 올린 구매 후기도 누적된다. 하나, 둘 모이는 후기들이 모여서 또 다른 구매자의 결정에 영향을 주니 판매자는 정직해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말 그대로 돈 값해야 한다.
후기도, 판매수도 적은 나의 작품을 선택해 주고 기꺼이 구매 후, 구매후기까지 올려주는 고마운 구매자들이 있기에 판매자로써 핸드메이드 플랫폼샵에 터 잡고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나 같은 소소한 상점 주인에게 후기는 금전적인 연결을 가져오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력에 대한 칭찬이나 타이름으로 여겨지는 면도 매우 크다. 칭찬은 판매자도 춤추게 한다. 나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질문해 주는 잠재 구매자에게 1분 안에 칼답과 미소 이모티콘을 함께 보낸다. 적극적으로 문의해 오는 경우 구매 후기도 지나치지 않고 써주는 고객이 될 확률이 높기에.
'사랑합니다. 고객님~ 지금 보고 계신 그 작품, 정성껏 고이 떠 곧 고객님 두 손에 갖게 해 드릴게요~ 저 한번 믿어보시라니깐요!'
속마음을 숨기고 사뭇 담백하게 응대해 본다.
"OO님, 문의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