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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칠 Mar 21. 2023

함바그(ハンバー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8)


 집 근처에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맛있는 함바그 집이 있다.

 동생과 함께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새벽 4시에 잠이 들었다. 우리는 졸린 눈을 하고서도 오전 10시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11시 30분에는 나가서 아점으로 런치 메뉴를 사 먹기로 계획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11시였다.




 20분을 더 뒹굴거리다가 결국 12시 30분에나 집을 나섰다. 걸어서 10분이면 다양한 식당이 있는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 왼쪽에 있는 몰에 들어가서 식당을 둘러볼까 했는데, 몰의 식당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다. 그쪽만 문을 닫았나? 동생이 길건너에 맛있는 함바그 집이 있다고 한다. 배고프니까 그냥 먹기로 했다. 먹을 거라면 뭐든 좋았다.


 일본에선 식당마다 런치메뉴가 있다고 한다. 런치타임에는 런치메뉴에 해당하는 음식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의 함바그 집은 완전 만석이었다. 우리는 1번 대기자가 되었다. 우리 다음으로 줄이 생겼다. 간발의 차이였다. 곧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기다리며 함바그 소스의 종류를 고르는데, 처음 먹어보는 것이니 기본으로 먹어볼지 아니면 다른 맛을 시도해 볼지 고민에 빠졌다.

 동생과 나는 기본적으로 선택이 느리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한다. 나는 맛도 모르면서 기본 맛, 치즈 맛, 크림 맛을 각각 먹어보는 상상을 했다. 역시 모르겠다. 동생은 이전에 기본 함바그를 먹어봤다고 한다. 이번엔 치즈와 더 진한 기본맛 중에 고민하고 있다.

 나는 논리적으로 따져보기로 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밥이니, 크림이나 치즈 소스는 조금 느끼할 수 있겠다. 특히 어젯밤 새벽에 잠들었다 보니 속에선 좀 개운한 걸 원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나라에선 토마토로 해장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처음 먹는 함바그를 토마토소스와 먹고 싶진 않다. 그럼 기본 소스로 먹을까 싶지만, 이 함바그를 맛볼 기회는 이번 여행에서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싶어 기본을 선택하기 아쉽다. 기본보다는 조금 강렬한 더 진한 기본 소스가 낫겠다. 아주 논리적이다.

 십분 간의 논리적인 생각을 마치고 딱 정했다. 더 진한 기본 소스를 곁들인 함바그를 먹겠다고. 동생은 그럼 본인이 치즈 맛으로 먹어볼까 했지만, 걔도 결국 더 진한 기본 소스를 선택했다.


 들어오라는 종업원을 따라서 이인석에 앉았다. 매일 수프가 바뀌는 모양인데, 오늘은 콩나물 국 같은 수프이다. 파향이 솔솔 올라오는 개운하고 따듯한 콩나물 국이다. 숟가락으로 호호 불어먹다 결국 컵 채로 들고 호로록 마셨다. 개운하다!

 일본에 오기 전에, 일본에선 밥을 사 먹으면 양이 너무 적어서 다 먹고서도 배고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꼭 디저트도 먹어줘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적게 나올까 궁금했던 나는 밥그릇을 보고 정말 놀라버렸다. 만화영화에서만 보던 봉긋한 고봉밥이었다. 그릇 위로 수북하게 쌓인 고봉밥. 거대한 양에 놀랐지만 밥은 남기는 게 아니라고 배운 어른이답게 배가 빵빵하도록 잘 먹었다.

종업원이 우리에게 밥을 얼마큼 주면 좋겠는지 묻는다. 우리는 살짝 고민하다 중간 사이즈로 달라고 대답했다. 주는대로 고봉밥도 먹어치주겠지만 우리는 과식하지 않도록 조절할 줄 아는 어른이들이다.


 곧 함바그와 밥이 나왔는데, 정말 특이하게도 밥이 접시에 펼쳐져있었다. 수북하지 않은 밥양에 마음이 한결 수월하다. 나는 밥 먹는 속도가 느려서 밥이 쌓여있으면 다 먹으려는 욕심에 행동이 조급해진다. 이건 천천히 먹을 수 있겠다.

함바그를 가르자 육즙이 새어 나온다. 자박한 소스 옆으로 육즙이 고였다. 진짜 맛있다. 동글동글 두꺼운 함바그를 갈라서 나누어 먹었다. 일본에 다시 가면 다시 먹을 음식 일 번 함바그. 어머 아니다. 일 번 초밥, 이 번 함바그. 기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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