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칠 Apr 24. 2023

스즈메의 포스터 1

일본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10)


 우리나라와 그나마 가까운 곳이라 그랬나. 일본에 오기 전, 한 달 살이에 도움이 될 자료들을 깊이 챙겨보지 않았다. 나와 같이 가는 가족들이 전부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있었기에 궁금한 건 무엇이든 누군가가 대답해주겠지 싶었다. 준비도 없이 그저 일본에 처음 간다고 여기저기 호들갑을 떨었더니 보이는 것들이 한국과 비슷하니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것이라며. 말을 듣고 또 불안증이 도졌다. 내가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정말 만에 하나 다 비슷하게 느껴져서 타국이 주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면 어쩔까 걱정했다. 이제 와서 보니 별 걱정을 다했다. 한국에서도 산책 한 바퀴 돌고 동네 카페에서 비엔나커피 마시겠다고 주섬주섬 옷 주워 입을 때도 셀레는 마음인데. 역시나 저녁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처음으로 본 일본의' 패밀리마트를 사진으로 남길 만큼 도시의 모든 곳곳에서 진한 감흥을 느꼈다. 이 정도 느꼈다면 만족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 새로운 곳도 많이 갔지만 '이곳이 내 동네다' 생각하고 자주 들른 곳도 많다. 한 곳에 머물면서 길게 하는 여행의 장점은 그곳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공간과의 추억이 하나 둘 쌓이면 그곳의 작은 것들이 몸과 마음에 점점 익숙해진다. 얕은 익숙함을 무기로 사소한 것들을 찾아내고 알아차릴 때 '나 이곳 사람 다 되었나 봐'라고 너스레를 떤다. 내가 뱉은 허풍에 웃음이 난다. 나는 이런 일련의 순간들이 무척 좋다.

나는 스즈메의 포스터에 젖어들었다. 지하철에선가? 길거리 광고판에선가? 언뜻 스즈메를 본 것 같다. 본 기억은 없는데 묘 하게 익숙하다. 우리가 어딘가에서 스쳤을지 모르겠다는 나의 믿음일지도 모르겠다. 만화영화인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의 오감육감은 눈앞의 새로움을 쫓기 바빴다.

 롯폰기[六本木]에 처음 간 날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것에 끌린 걸까? 어색한 것 투성이었던 롯폰기에서 스즈메 포스터가 내 눈길을 한 번에 잡아끌었다. 포스터와 마주한 시선에 내 걸음이 멈추었다. 이름이나 겨우 읽었다. 스즈메. 스즈메의 무엇. 포스터를 들여다보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게 뭔지 알아볼 마음이 들었다. 우린 운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