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오브젝트. 4화

민예의 미감

by 재윤

소박하다의 뜻을 아시나요?


좋아하는 미감을 설명할 때 자주 소박하다는 말을 쓰는데요. 우연히 그 어원을 알고 민예와 상당히 닮아서 놀랐습니다.


소박(素朴)의 소(素)는 누에고치에서 나온 염색하지 않은 본래의 실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박(朴)은 자연에서 갓 벌채해 다듬지 않은 원목 그대로의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소박하다는 건 자연 그대로의 미감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죠.


누에가 만든 누에실은 따뜻한 미색에 가깝습니다. 조선백자의 색과 비슷하지요.
리움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조선시대 막사발입니다.


소박의 미감은 그 꾸밈없음과 자연스러움이 민예의 미감과 꼭 닮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고 곁에 두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요즘 한국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옥이나 달항아리 등 한국의 건축물이나 공예품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으로 대표되면서 자주 언급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민예의 미(美)는 한국미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선의 막사발처럼 어떤 건 제게 그 둘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반면, 양반가의 기와집을 보면서는 민예라고 잘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물론 그 미감은 훌륭히 멋지고 한국적이긴 하지만요.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자 가게 공사의 원형이기도 한 JB Blunk의 집입니다.


민예와 한국미, 둘 다 분명 교집합은 있을 겁니다. 제 생각엔 민예의 미감은 자연과의 연결성을 빼놓고 볼 순 없는 것 같아요.

산업시대 이전의 한국에서, 양반이 아닌 서민들은 좀 더 자연과 가깝게 살았을 텐데요. 제가 느끼는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한국의 멋을 설명할 때

자연스러움, 자유분방함, 홀가분함, 소박함, 풍류와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요. 옛 선조들은 밥을 먹을 때도 고사레라고 하며 첫 숟갈을 하늘에 바쳤고 집을 지을 때는 나무의 생김 그대로를 살려지었고요. 집터를 정할 때도 풍수지리를 따질 만큼 자연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현대인들은 도시에 살면서 자연의 존재를 잊고 살 때가 많지만, 옛 선조들은 자연과 연결되어 살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미감을 닮아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일까요. 옛 수공예품에선 요즘의 공예품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당신이 좋아하는 미감은 어떠신가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민예품들을 제멋대로 조합해보았습니다.
어느 목수님의 창고안 먼지속에서 자고있던 나무함을 가져와 다듬고 미니멀한 장식을 해 완성해 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옛가구의 부품을 떼 새로 조합해서 만들어서, 업사이클링 같네요.

다음화에서는 오늘날의 민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