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오브젝트. 5화

오늘날의 민예

by 재윤

‘Cabin Porn’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캐빈 폰’이란 오두막(Cabin)과 포르노(Pornography)를 조합한 단어로, 자연 속에 집을 짓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한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자크클라인은 이런 현대인들의 욕망을 담아, 전 세계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손수 지은 오두막들의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는데요. 저 또한 이 책을 읽고 팬이 되었고 이후로 오두막이나 셀프빌딩(스스로 집짓기를 뜻하는 말)과 관련된 책은 모조리 찾아 읽으며 실제로 친구들과 두 채의 집(스트로베일 하우스와 나무집)을 지었습니다.


Cabin Porn 책은 이 책외에도 Cabin Porn Inside라는 집의 내부에 집중한 2편도 재밌습니다.


민예를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왜 오두막이나 셀프빌딩 이야기에 빠지냐고요?

여기에 제가 느끼는 오늘날 민예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민예가 서민의 생활 속에서 생겨난 공예품으로 지역의 풍토나 문화가 잘 담겨있는 물건들을 말한다고 했죠. 이 정의만 놓고 보면, 오늘날 민예라고 단언할 수 있는 물건은 사실상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오늘날 손으로 만든 물건들은 비싸지요. 서민의 생활 속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싸고 질 좋은 공산품들이 서민의 생활을 지탱해 준다고 볼 수 있죠.


지역의 풍토와 문화를 담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요? 담양의 대나무 공예품이 여전히 담양의 대나무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쓰이기보다는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담양의 죽공예품 매장에 가도 저렴한 대부분의 물건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된 게 많습니다. 가끔 과거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물건들 중에 좋은 물건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경제성의 문제로 민예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들이 사라진 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민예라는 단어에서 이런 아쉬움만 건져내는 건 더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민예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실 그 이면에 있거든요.


앞서 스스로 자신의 오두막을 짓고 그 속에서 사는 일처럼, 민예는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에 그 중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나 경제성만 놓고 본다면, 다른 것으로 돈을 벌어 집을 사는 편이 훨씬 쉬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집의 재료 하나하나를 선택하고 자신의 동선에 맞게 자르고 붙여나가며 만든 집은 과시적일 수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민예의 미감처럼 소박할 수밖에 없지요. 제 집짓기 경험도 그랬고 세계적인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도 말년에 자기를 위해 지은 집도 고작 4평짜리 오두막이었습니다.


르 꼬르뷔지에는 이곳을 ‘나의 궁전’이라고 부르며 여생을 보냈다죠.
서울숲에 있는 ‘내러티브 오브젝트’도 도심 속 오두막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민예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의 생활을 ‘셀프빌딩’하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 간단히 해 먹는 아침식사, 공원이나 뒷산을 산책하는 일 등 자신의 일상 곳곳에서 함께하는 사물을 관찰하고 그걸 사용할 때 자신의 기분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나다움을 만들어가는 일. 그게 오늘날의 민예이자 민예로운 생활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저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또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는데요. 이게 저의 뿌리 미감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음화에선 뿌리미감이 잘 느껴지는 애정하는 물건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