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왕공고가 증명한 커리어의 본질
우리는 모두 자기 분야의 정우성이 되기를 꿈꿉니다. 압도적인 재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주인공 말이죠.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그런 간판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조바심이 시작됩니다.
"나는 왜 주인공이 아니지?"
"난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저는 이 질문이 아주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우리의 시야를 가리곤 합니다. 성공의 기준을 오직 화려한 1옵션에만 맞추게 해서 우리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고 있는 진짜 가치를 못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커리어의 가치를 주인공 여부로만 판단하게 만드는 프레임. 저는 그 프레임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이 고정관념을 대할 때마다 슬램덩크 속 최강의 팀, 산왕공고를 떠올립니다. 산왕이 무적처럼 보였던 이유는 정우성 한 명의 상징성 때문만이 아니라 이명헌, 신현철 같은 압도적인 주축들, 그리고 그들을 가능하게 만든 팀 구조 때문이었으니까요.
산왕의 6번, 최동오.
그는 산왕이 아니었다면 어느 팀에서든 에이스 역할을 했을 인물로 언급됩니다.
이 말은 2인자를 향한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그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아쉬운 사람이 아니라, 이미 최고 수준의 조직에서 실력을 입증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현실에도 이런 최동오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소위 탑티어 조직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사람들입니다. 그 조직을 벗어나면 충분히 팀을 이끌 실력인데도, 더 높은 레벨의 팀을 완성하기 위해 기꺼이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갖는 사람들 말이죠.
만약 여러분이 지금 '왜 나는 주인공이 아니지'라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그 팀에서 뒤쳐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레벨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서 가치가 줄어든 게 아닙니다. 애초에 높은 수준에서 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동오의 커리어는 2인자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그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위치가 증명합니다.
산왕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대체 불가능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김낙수는 득점보다 상대 팀 에이스를 지우는 일에 몰두합니다.
정성구는 하이라이트 대신 리바운드로 팀의 공격권을 한 번 더 만들어냅니다.
이 선수들이 멋있는 건 자기가 가장 강력해질 수 있는 역할을 정확히 알고, 그 역할을 끝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없고, 모두가 화려한 역할을 맡을 필요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리스크를 없애고, 누군가는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누군가는 품질을 올리며, 누군가는 현장을 지휘합니다.
성공적인 커리어 브랜딩은 '내가 얼마나 다재다능한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조금 덜 받을지 몰라도, 그 역할이 팀의 승률을 결정적으로 올린다면 그것은 이미 강력한 커리어입니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몰두합니다. 하지만 커리어의 본질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기게 만드는 역할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의 가치는 개인의 화려함보다, 내가 기여하는 조직의 수준에서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어디’는 단순히 회사의 이름이 아닙니다. 내가 풀고 있는 문제의 난이도, 그리고 동료들의 기준을 의미합니다. 산왕의 멤버들은 모두가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산왕의 멤버였습니다.
내가 정우성이 아닐지라도 내가 속한 팀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대체 불가능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성공한 커리어입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강팀을 지탱하는 단단한 허리가 되는 것은 롱런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입니다.
혹시 아직 오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기다리면서 지금 해내고 있는 위대한 조연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진 않나요? 정우성은 경기를 이기게 하지만, 최동오, 김낙수와 정성구는 그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팀이 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팀을 이기게 만들고 있나요?
그리고 그 역할을 스스로는 얼마나 존중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