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나에 대해
한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이 해야 했던 '공부'가
유일한 과제였던 시절.
불평도 불만도 참 많았는데
이제 돌이켜보니
나의 어린 시절은 그래도 유복했다.
공부 외에 걱정거리가 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고민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시기였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기 싫은 나'만
상대하면 되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
그렇게 비교적 안온했던
유년 시절이 끝나자마자
삶은 나를 예외 없이 가르쳤다.
인생은
'나의 모든 노력과 의지'를 동원해도
안 되는 일투성이라는 것을.
심지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이
'나의 전부'가 절대 아니며
(여기가 나의 밑바닥이라 생각했던
민낯을 발견하고 받았던 충격을
겨우 소화하고 나면 그 아래,
더 실망스럽고
더 나약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
때로는 내 마음을
나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날이 많다는 걸,
조금씩 깨우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의심이 커지는 만큼
나에 대한 믿음은 작아지고 희미해져
결국 사달이 났다.
숨통이 막혀 주저앉아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를 구해준 것은
책이었다.
"반반 하자.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 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GV빌런 고태경' 중 발췌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게 인간의 우연한 삶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언제라도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중 발췌
나는 매일, 매 순간을 100퍼센트로 살아온 사람.
늘 최선을 다했기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흘러간 시간에 대한 미련도 없는 사람이다.
앞으로는 나의 반짝임을 알아보고,
아껴주는 사람들에만 집중하며 살아갈 것이다.
'자기 보호'를 1순위에 두면서.